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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사표 수리 건의] 법무부, 결정적 근거 제시 못해… 진상 규명 어렵자 '발 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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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사표 수리 건의] 법무부, 결정적 근거 제시 못해… 진상 규명 어렵자 '발 빼기'

입력
2013.09.27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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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27일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을 밝히지 못한 채 청와대에 사표 수리를 건의한 것은 진상규명이 어렵자 발을 빼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오히려 무책임하게 의혹을 부풀렸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실 규명을 못하고 총장의 사표 수리를 건의하게 돼 죄송하다"는 말 대신 의혹과 관련한 주변인들의 전언(傳言)을 이례적으로 공개하며 채 총장을 망신 주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해소되지 않는 의혹

법무부가 공개한 '혼외 아들' 의혹의 새로운 증거는 채 총장의 내연녀로 지목된 임모씨가 2010년 부인이라고 칭하며 채 총장 사무실을 찾아가 "피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꼭 전화하게 해달라"고 말했다는 사무실 직원들의 전언이다.

법무부는 이런 정황 증거를 토대로 "그 의혹이 사실이라고 의심하기에 충분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채 총장이 만약 '혼외 아들'을 낳은 여성이라면 왜 임씨와의 연락을 피했는지 등에 대한 조사 결과나 해명은 내놓지 않았다.

전언을 통한 정황증거는 언론 등에서 제기할 수는 있어도 정부기관이 공개적으로 발표할 사안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더구나 법무부 구성원은 대부분 현직 검사들과 수사관이다. 한 변호사는 "입증되지 않는 혐의는 말하지 않는 것을 업(業)으로 삼는 검사들이 전언 위주의 정황증거를 문서로 만들어서 발표한 것을 보고 무리하는구나 싶었다"며 "얼마나 조사한 것이 없었으면 그랬겠느냐"고 말했다. 법무부가 "공개하지 않은 참고인 진술과 정황자료에 더 심한 내용도 있다"고 밝힌 대목도 논란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진상규명 시늉만

법무부의 알맹이 없는 진상조사는 지난 13일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한 사상 초유의 감찰을 지시할 때 이미 예견됐다. 채 총장의 사퇴로 이어진 감찰 지시는 검찰 안팎에서 거센 비난을 받았다. 비판의 핵심은 '혼외 아들' 의혹이 감찰로 밝힐 수 없는 사안임을 알면서도 채 총장의 사퇴를 유도하기 위해 감찰에 나섰다는 것이었다. 당사자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유전자 검사를 강제할 수 없고, 계좌 추적 등 강제수사를 하기도 어렵다. 때문에 법무부의 감찰은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 등으로 정권에 밉보인 채 총장을 퇴진시키기 위한 방편이라는 의혹이 설득력을 얻었다.

법무부는 "먼저 진상조사를 하고 혐의가 있으면 감찰로 전환한다"고 밝혀왔으나, 예상대로 감찰 전환 없이 조사를 끝맺게 됐다.

사표수리 후 의혹 밝혀질 듯

채 총장은 법무부의 감찰 지시가 내려지기 전부터 '혼외 아들' 의혹을 제기한 조선일보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내고, 유전자 검사도 받겠다고 밝혔다. 지난 24일 실제 소송을 냈으며, 임씨 모자에게 "유전자 검사에 응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법무부는 이날 발표문에서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안인 만큼 남아있는 법 절차를 통해 구체적 내용이 더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황교안 장관은 "신속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채 총장 감찰을 지시했으나, 결국 법무부도 소송을 통해 밝혀질 사안이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청와대가 지난 15일 평검사회의 개최 등을 논의하던 검사들을 달래기 위해 "진상규명 이후 사표수리" 입장을 표명한 뒤 총장 공백 사태의 출구가 없던 상황에서 '사표 수리 후 진상규명'으로 사안이 일단락 되어가는 양상이다. 그러나 임씨 모자가 유전자 검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소송에서도 진상이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또 의혹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도, 총장의 사퇴는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서울중앙지검 한 검사는 "진실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정황만 가지고 저렇게까지 모욕을 주면서 내보내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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