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밤 중국 난닝의 광서성체육관에서 끝난 ABA 챔피언십 LG와 이란 올스타 팀의 경기. 넉넉하게 앞서 가던 LG가 4쿼터 초반 이란의 파상 공세에 잠시 고전하자 김진 감독은 벤치에 앉아 있던 '해결사'를 투입했다. 문태종(38ㆍ198㎝)은 나가자마자 트레이드마크인 정확한 중거리슛으로 이란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김 감독이 완성한 올 시즌 LG 공격 농구의 화룡점정이다. 모비스에서 이적한 김시래가 LG 농구에 스피드를 입혔다면 문태종은 자타공인 '타짜'다. 게다가 그의 장점은 득점 욕심이 많은 슈터들과 달리 동료들의 움직임을 먼저 체크한다는 점이다. 찬스가 나면 해결하지만 여의치 않으면 다른 선수들을 적극 돕기도 한다. LG는 박래훈과 조상열, 김영환, 기승호 등 3점슛 능력을 보유한 선수들이 많지만 확실한 슈터는 없었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 3점슛이 터지면 쉽게 경기를 풀었지만 기복이 심해 애를 먹었다"면서 "문태종은 확실히 순도가 다르다. 넣어줘야 할 때 넣어준다"고 흡족해했다. 지난 24일 열린 대만 퓨어 유스팀과의 대회 첫 경기에서도 문태종은 24분45초를 뛰면서 16점을 기록했다. 위기나 찬스에서 강한 문태종의 진가가 드러난 경기였다. LG는 문태종에게 올 시즌 프로농구 최고 연봉(6억8,000만원)을 안겨 줬다. 프로농구 출범 이후 아직 우승을 해 보지 못한 LG가 문태종에게 거는 기대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우리 나이로 39살로 나이에 우려의 시선도 있지만 에어컨리그 기간 동안 체력훈련에 집중적인 시간을 투자해 자신감이 넘친다. 김 감독은 "20분에서 25분 정도로 출전 시간을 배려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포지션의 기승호와 김영환도 슛 능력이 있기 때문에 문태종은 체력적인 여유를 확보하면서 팀으로서는 시너지효과까지 기대된다. 문태종도 "지난 시즌까지는 나이 때문에 체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면서 "올해는 현실적인 부분을 인정하고 일찌감치 체력 보강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밝혔다.
LG라는 팀은 문태종에게 낯설지 않다. 바로 동생 문태영(모비스)이 3년 간 몸담았던 팀이다. 문태영은 LG 시절 두 차례 플레이오프에서 전패를 기록한 뒤 지난 시즌 모비스 이적 첫 해에 우승컵을 안았다. 문태종은 "LG는 동생이 뛰었던 팀이라 친근하다"면서 "우선 팀을 4강까지 올려 놓는 게 1차 목표고 나도 동생처럼 이적 첫 해에 우승까지 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난닝(중국)=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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