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 보면 종종 버려진 의자들을 보게 된다. 의자는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면서 일생을 산다. 그런데 어떤 의자는 사람이 앉는 데 쓰이기보다는 다만 의자라고 불리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 같다. 운이 좋은 경우라도 마음에 드는 의자를 만나는 건 전 생애 동안 고작 두세 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특별한 사랑을 받는 의자는 사람이 비를 맞는 동안에는 비를 맞고 사람이 서럽게 울 때는 똑같이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는다. 낡아서 비틀어져 도저히 사람의 무게를 지탱할 수 없게 된 의자는 대개 노인들에 의해서 구원받는다. 신기하게도 노인들은 튼튼한 의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노인들은 앙상한 육신의 의탁을 허락하는, 자신의 생애를 지탱하는 모든 것을 의자라고 믿고 있다. 그것은 어쩌면 노인들의 유일한 겸양인지도 모른다. 내가 길에서 만난 어떤 노인은 부서진 의자를 골목 앞에 내어놓고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은 표정을 지었다. 무언가 초월을 한 듯도 보였는데 노인은 설령 자신이 말을 못하고 눈이 멀어도 자신이 사랑했던 의자가 어떤 의자인지에 대해서는 사람들에게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노인은 낡아가는 의자를 위해 식사량을 조금씩 줄여왔다. 내 짐작이 맞다면 노인이 죽으면 의자는 노인과 함께 불태워질 것이다. 그쯤 되면 의자는 사람이라고 불러도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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