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으로 위험이 높은 신생기업에 투자하는 점을 감안해 한도를 설정했다."(금융위원회)
"고액자산가의 투자를 막는 조치로 엔젤투자의 특성을 모르는 법안이다."(업체 관계자)
박근혜 정부가 크라우드펀딩(불특정 개인투자자의 소액자금 투자) 제도의 청사진을 발표하기 무섭게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핵심은 한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1인당 투자한도다.
금융위원회는 26일 개인이 1년간 한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을 200만원으로 제한한 것을 골자로 한 크라우드펀딩 제도 도입방안을 발표했다. 크라우드펀딩 제도는 온라인을 통해 다수 투자자에게서 소액자금을 십시일반 모집, 창업 중소기업의 지분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박근혜 정부의 벤처투자 활성화 방안 가운데 하나다. 기존 영화 제작 콘서트 등을 지원하고 상영(관람)권을 받는 후원기부형과 돈을 모아 필요한 자금을 빌려주고 원리금을 받는 대출형과는 차이가 있다.
금융위는 창업기업가 등이 자금을 원활하게 모집할 수 있도록 증권신고서 면제 기준을 자금 모집금액 7억원 내외로 결정키로 했다. 또 기업과 다수 투자자 사이에서 중개업무를 하는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자'의 개념을 신설, 자본을 5억원 수준으로 정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증권발행 시 공시규제가 완화해 투자자에 대한 정보제공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고 상대적으로 투자 위험이 높은 신생기업에 투자하는 점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규제라는 것이다.
반면 크라우딩펀드 관련업체들은 중소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할 경우 고액 자산가들에 의존하는 경향이 절대적이라며 200만원 한도 제한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예컨대 1억원을 모집할 경우, 자산가 5, 6명이 7,000만원 정도를 투자하고 나머지는 개미투자자들이 3만~10만원씩 돈을 모아 메우는 현실에서 한도를 200만원으로 제한하면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업체 관계자는 "최근 4억원이 필요한 기업에 80명이 모여 목표를 채웠다"며 "3만~5만원씩 돈을 투자하는 비중이 90%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수천 명이 투자해야 하는데 언제 돈을 모으냐"라고 반문했다.
지분투자형으로만 한정된 점도 자금 조달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창업기업에 대한 투자가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없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투자 실익을 기대할 수 없는 곳에 돈을 모으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비상장 기업에 대한 지분투자는 기업이 상장하거나 최소한 배당을 받아야 투자 수익을 얻을 수 있는데, 신생기업의 운명을 누가 알겠느냐"며 "개인들에게 해당 기업에 소액을 기부하라는 것과 다름 없다"고 꼬집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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