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가 등장하는 음란물을 다운받아 봤더라도 이를 여러 번 반복해 보거나 배포하는 등 '의도적으로 소지했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으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첫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북부지법 형사8단독 오원찬 판사는 26일 아동 청소년 음란물 소지죄로 기소된 대학생 A(24)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 4월 서울 동작구 자택에서 변태 애니메이션을 의미하는 '애니H'를 토렌트에 검색어로 입력해 교복 입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애자매'를 다운 받았다가 경찰청 모니터링 시스템에 적발, 기소됐다.
재판부는 "아동 청소년 음란물인 줄 모르고 다운받은 피고인에게 소지죄를 적용하려면 단순히 한 번 보는 것 이상으로 반복시청, 배포 등 의도성을 지닌 소지행위가 있었다는 점을 검찰이 증명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현행 아동ㆍ청소년 성보호법에 따르면 아동 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애니메이션 포함)을 다운받아 소지하면 그런 내용인 줄 모르고 다운받았더라도 처벌 받을 수 있다.
한편 재판부는 "만화와 같은 가상 표현물을 (실제 사람이 등장하는)아동 청소년 음란물로 간주해 처벌하는 것은 과도한 입법으로 의심되지만 소지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기 때문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은 하지 않는다"며 유무죄 판단과 별개로 현행 아동 청소년 보호법의 위헌 가능성을 지적했다.
검찰은 당초 A씨를 토렌트를 통한 아동 청소년 음란물 배포죄로 기소했으나, 다운 받고 있는 파일이 실시간으로 제3자와 공유되는 토렌트의 특성을 감안해 소지죄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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