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6일 기초연금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소득 상위 30%에 대해서도 공약 이행 의지를 밝히면서 내놓은 국민적 합의기구인 '국민대타협위원회'는 복지공약의 핵심 출구전략으로 풀이된다.
복지 공약은 경제민주화 공약과 함께 대선 공약의 양대 기둥으로, 공약 후퇴를 인정할 경우 '신뢰와 약속의 정치'라는 박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에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이 이날 임기 내 공약 이행 의지를 거듭 강조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약속을 지키지 못할 개연성이 상당하다.
실제 정부는 올 5월 박 대통령의 공약 이행을 위해 135조 규모의 공약가계부를 발표했지만 불과 4개월 만에 궤도 수정을 맞았다. 정부는 비과세 감면 축소, 지하경제 양성화 등 세수기반 확대만으로 임기 5년간 50조원을 더 걷겠다는 계획이었으나 경기침체 등으로 당장 내년 예산안부터 계획 차질을 빚은 것이다. 획기적인 세수 확보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4대 중증 질환 보장, 고교 무상교육, 반값등록금, 무상보육 등 박 대통령의 다른 대형 복지 공약 이행도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이날 "복지 공약을 비롯한 정부 공약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하라는 주장도 있지만,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며 아직은 손을 들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장미빛 전망을 하기에는 국내외 경제사정이 녹록하지 않다.
국민대타협위원회는 바로 공약이 이행되기 어려운 역부족 상황에 대한 안전판으로 나온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여기서 박 대통령 발언 중 눈여겨볼 대목은 "조세의 수준과 복지 수준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통해서 국민이 원하는 최선의 조합을 찾도록 노력하겠다"는 표현이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가 복지공약을 이행하는 데 필요한 재원과 세수의 불균형을 언급하면서 증세를 하든지, 복지축소를 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실 진보 쪽은 증세를 통한 복지 확대, 보수 쪽은 기업활동 위축 측면을 들어 증세보다는 복지축소를 요구하고 있는 게 지금의 상황이다. 18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이상으로 복지 확충을 내세우면서도 증세가 없다는 점을 강조해 대통령에 당선된 박 대통령이 증세나 복지축소 어느 한쪽 손을 들기가 매우 곤란한 입장에 있다.
결국 '뜨거운 감자'일 수 밖에 없는 이 문제를 두고 국민대타협위원회를 통해서 증세와 복지 축소의 적절한 절충점을 찾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의 취지로 볼 때 당장 국민대타협위를 가동하겠다는 뜻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최대한 공약을 이행하는 모습을 보이되 경제사정이 계속 악화해 복지 공약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 오면 국민대타협위를 전격적으로 꾸릴 가능성이 높다. 이를 통해'국민적 합의'라는 명분으로 '공약 파기'의 부담을 덜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대타협위가 실제 가동돼 실질적인 복지와 조세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민대타협위가 지리한 공방으로 지지부진할 경우 공약 파기 논란을 피하기 위한 면피용 기구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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