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에 '맨 파워'가 거세다. 더 이상 '아저씨'로 남기를 거부하는 30대 '삼촌부대'와 40~50대 '꽃 중년'들이 몰리면서, '백화점은 여성고객 전유물'이란 공식을 깨고 있다.
26일 롯데그룹 통합멤버십 서비스인 롯데멤버스 2,700만 회원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롯데백화점 남성고객 구성비중이 2009년 22%에서 올해 8월말 기준 27.5%로 늘었다.
남성들이 백화점에서 구매하는 물품도 '아내나 가족을 위한 지출'에서 '자신을 위한 치장'쪽으로 바뀌는 추세. 남자들이 구매한 제품에서 남성 패션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년 반 사이 25%에서 30%로 늘어난 반면, 여성패션제품 비중은 21%에서 16%로 감소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남성이 구매한 여성패션제품 비중이 줄었다는 건 아내들이 남편카드로 자기 제품을 잘 사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전체적으로 자기를 위한 투자에 아끼지 않는 남성들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백화점에서 전체로 봐도 남성 매출만 승승장구하는 추세다. 올해 들어 9월까지 여성상품군은 판매는 3.1% 늘어나는데 그친 반면 남성상품군은 9.8%나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상황은 비슷하다. 신세계백화점의 남성매출 비중은 2009년 24.7%에서 2011년 처음으로 30%벽을 돌파했으며, 올 9월에는 31.3%까지 높아졌다. 2010년만 해도 20%씩 신장하던 여성패션 부문이 올 들어 3% 마이너스 성장을 한 반면 남성패션 부문은 오히려 2.5% 신장했다.
백화점들은 남성고객의 소비성향을 '자기 구매'와 '캐주얼 라이프'로 파악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지금까지 기혼 남성들은 좋은 싫든 그냥 아내가 사다 주는 것을 입어왔는데 이젠 스스로 직접 고르는 자기구매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부부가 같이 쇼핑을 와도 선택권이 부인 아닌 남편에 있는 경우가 많고 아예 남자 혼자 와서 옷을 고르는 예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정장 보다는 개성을 발휘할 수 있는 비즈니스 캐주얼 쪽에서 그런 분위기가 더 두드러진다"고 덧붙였다.
백화점들은 새로운 소비파워로 부상한 남성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남성전문관을 만들고, 남성패션 제품군도 늘리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6일 기존 여성캐주얼 매장이던 본점 신관 4층을 남녀매장으로 확대하한 4N5를 열었으며, 총 32개 브랜드 가운데 10여개가 남성 또는 공용매장이다. 갤러리아백화점도 최근 남성편집매장인 '지스트리트494'를 3배 확대하고, 생 로랑 등 남성 고가 디자이너 브랜드를 새로 입점시켰다.
신세계 패션연구소장 이재진 상무는 "2년전 만해도 꾸미는 남성들은 한 브랜드에서 풀세트로 구매하다 이제는 개별 브랜드를 선택하고 있다"며 "이를 감안한 백화점들이 남성전용관을 경쟁적으로 확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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