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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오션의 경영학] <중> 소재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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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오션의 경영학] <중> 소재 혁명

입력
2013.09.26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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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분말, 말 그대로 쇳가루다. 쇳덩어리라면 모를까 별 쓸모 없을 것 같은 이 쇳가루가 요즘 그야말로 '대세'가 됐다.

금속부품을 만드는 방법은 쇳물을 부어 만드는 주조, 때려서 만드는 단조 등 여럿이 있다. 이중 철 분말을 틀에 넣어 압력과 열을 가해 만드는 소결성형법은 주조나 단조보다 정확도를 높이면서 대량생산도 가능해, 자동차 엔진에 들어가는 높은 강도의 정밀 소형부품들을 만드는 데 적용되고 있다.

침체에 빠진 철강업계에 급성장하는 철 분말은 단비 같은 비즈니스. 주요 수요처인 조선업계와 건설업계가 침체에 빠져 있는 상태에서 중국업체들의 저가공세가 갈수록 심해져 전통적 철강생산은 이제 '레드오션'이 되고 있는 상황. 그렇다고 눈을 확 돌려 전혀 새로운 '블루 오션'을 찾기도 힘들다. 그러다 보니 철강업체들은 기존 사업의 연장선상에서 철 분말 개발 및 생산을 '퍼플 오션'으로 삼고 있다.

국내서 가장 먼저 시동을 건 곳은 포스코다. 지난 7월 광양제철소 내 후반부 제강공장 인근 제강공장 인근 1만4,000㎡ 부지에 철 분말 공장건설에 들어갔는데, 내년 6월이면 연산 3만톤의 생산이 가능해진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 분말은 큰 비용이나 시간 없이 아이디어와 기술혁신으로 가능한 새 성장동력"이라며 "향후 아시아시장의 주요 수출품목으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도 철 분말 사업에 뛰어들었다. 철강회사도 아닌 자동차회사가 철 분말에 손을 댄 건 미래 자동차의 정밀부품을 만드는 데 핵심소재이기 때문. 현대차 관계자는 "차 한 대를 만드는 데 북미에서는 20㎏, 일본에선 10㎏ 가량 철 분말을 사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6.5㎏에 그치고 있다"며 "자동차 품질강화를 위해 철 분말 부품 비중을 확대하는 건 필수"라고 말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철 분말의 90%가 자동차 분야에 쓰이고 있다. 한국자동차사업연구소 관계자는 "철 분말을 이용하면 각종 부품제작에 훨씬 적은 에너지가 든다"며 "철 분말은 그린테크놀로지의 핵심으로 원가절감 및 제품 경량화에도 좋은 소재"라고 강조했다. 2017년 연산 2만5,000톤을 목표로 하고 있는 현대차는 철 분말을 부품협력업체들에게 공급, 현대차와 기아차에 들어가는 부품의 품질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화학업계에도 퍼플오션 찾기가 한창이다. 그래서 발견한 것이 특수 플라스틱인데, 일반적 사용범주를 넘어 이젠 철의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SK케미칼이 만드는 특수플라스틱 PPS의 경우 강철에 버금가는 강도에 내열 및 내화학성을 지녀 '슈퍼엔지니어링 플라스틱'으로 불린다. 이 역시 갈수록 레드오션화하는 기존 화학제품시장에서, 좀 더 강하고 좀 더 단단한 소재를 찾다가 나온 고민의 산물이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전기부품에 오작동을 일으키거나 인체에 유해한 염소성분이 전혀 포함돼 있지 않아 커피메이커와 같은 전자제품은 물론 자동차 워터ㆍ연료펌프 등 기계류 부품에도 쓰인다"고 말했다. 슈퍼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시장은 세계적으로 28만톤 규모의 시장이 형성돼 돼 있는데, SK케미칼은 2019년까지 점유율 20%을 확보해 글로벌 톱3로 올라선다는 계획이다.

한화L&C가 개발한 '강화 열가소성 플라스틱(GMT)'은 자동차용 철과 직접 경쟁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일반적 GMT는 높은 강도임에도 가벼워 널리 쓰이지만 힘이 가해지면 깨지는 약점이 있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다가 GMT 안에 철 구조물을 결합하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결국 가볍고 튼튼하면서도 끊어지지 않는 소재를 찾게 됐다"고 말했다. 레드오션이 된 GMT시장에서 발상의 전환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다는 얘기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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