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6일 기초연금 대상을 하위 70%로 축소하는 등의 ‘복지공약 후퇴’ 논란과 관련, “(기초연금을) 어르신들 모두에게 지급하지 못하는 결과가 생겨서 죄송한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의결하면서 “세계경제 침체와 맞물려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의 세수부족과 재정건전성의 고삐를 죄어야 하는 현실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국민에게 공식 사과한 것은 지난 5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성추행 의혹 사건에 이어 두 번째다. 당초 유감 표명 수준의 언급이 예상됐으나 박 대통령은 “죄송한 마음”이란 표현을 쓰면서 한발 더 나아갔다. 야권은 이를 ‘공약 파기’로 규정하고 강력 반발하고 나서 국회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논란이 불가피하게 됐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이것이 공약 포기는 아니며 국민과의 약속인 공약은 지켜야 한다는 저의 신념에 변함이 없다”며 “비록 지금은 어려운 재정여건 때문에 약속한 내용과 일정대로 실행에 옮기지 못한 부분들도 임기 내에 반드시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공약 이행 의지를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또 “일부에서는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손해라는 주장이 있는데 사실과 다르다”며 “가입자가 받는 총급여액은 늘어나서 더 이익”이라고 반박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앞으로 소득상위 30%에 대해서도 재정여건이 나아지고 국민적 합의가 있다면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며 “국민대타협위원회를 만들어서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박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었던 ‘증세 없는 복지’ 기조를 더 이상 유지하기 힘들어진 상황에서 국민대통합위원회를 통해서 증세를 포함한 복지 공약 출구를 모색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기초연금을 포함해 우리 사회에 필요한 복지제도는 국민적 합의가 전제된다면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며 “(국민대타협위원회에서) 조세의 수준과 복지 수준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통해서 국민이 원하는 최선의 조합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소속 의원 및 당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공약파기·거짓말정권 규탄대회’를 열고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민 전체를 달콤한 거짓말로 속인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비판했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도 “공약 포기, 민생포기, 미래포기 등 3포 예산”이라며 “전면적인 예산 전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선포한다”고 반발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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