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분 문단의 거목이 우리 곁을 떠났다. 1970~80년대 청년문화를 주도했던 소설가 최인호씨가 그제 68세를 일기로 일생을 마쳤다. 올해가 특히 그의 등단 50주년을 맞는 해여서 안타까움이 더하다.
서울고 2학년 재학중이던 196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로 등단한 최인호는 70년대 독재와 도시화, 산업화에 짓눌린 청년들의 울분과 좌절을 섬세하고 감성적인 필치로 그려낸 '영원한 청년작가'였다. 대표작인 등을 통해 그린 인간 소외와 배금주의 저항은 한국 모더니즘의 전형을 보여줬을 뿐 아니라 통기타와 청바지로 대변되던 70년대 청년문화를 이끈 문학적 원천이었다.
베스트셀러 작가를 넘어 영화와 드라마로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젊은 세대와 호흡을 같이 한 순수와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74년 영화 은 최초로 100만 관객을 돌파했고,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출품될 정도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았다. 97년부터 한국일보에 연재한 는 단행본으로 발행돼 300만부 이상이 팔렸으며, TV로 방영돼 30%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건강이 악화한 이후 에세이집 과 동화 로 자신의 삶과 인생을 보여주었고, 심각한 투병기간에 집필한 장편 는 그의 새로운 문학시대를 예고하기도 했다. 그가 천주교에 귀의한 이후 친분을 쌓아온 정진석 추기경은 "삶을 통찰하는 혜안과 인간을 향한 애정을 가진 최고의 작가였다"고 회상했다. 삼가 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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