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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9월 27일] 무엇이 문제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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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9월 27일] 무엇이 문제인고?

입력
2013.09.2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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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도 아니요, 물건도 아니요, 부처도 아니니 이게 무엇인고? 성철 스님 생전에 3,000배라는 나름대로 엄격한 조건을 달았어도, 결과적으로 남발하고 만 화두 가운데 가장 흔했던 물음이다. 요 며칠 떠들썩한 기초연금 논란이 뜬금 없는 선문답처럼 들려서 하는 말이다. 선문답이야 어차피 먹고 사는 문제와 무관하지만, 남도 아닌 스스로의 먹고 사는 문제에 어찌 저리 몰려서 헛되이 마음을 싣는지 안타깝다.

정부 방침은 간단하다.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을 지급하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은 돈이 없어 지킬 수 없다. 추가 세부담을 지우고 싶지는 않으니, 기초연금 수혜 대상을 현재와 같이 소득 하위 70%로 하겠다. 그래도 돈이 모자라서 수혜 대상자의 10%에겐 20만원을 다 주지 않고,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10만~19만원씩 차등 지급하겠다는 게 전부다.

미리 밝혀두자면, 나는 애당초 기초연금 수혜 대상이 아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알려준 연금 예상 수령액이 월 150만원에 가깝고, 서울에 낡은 집도 있다. 더구나 두 아들이 독립하면 장차 혼자 살 처지다. 소득 하위 70% 선인 '소득인정액 월 83만원'과 너무 멀다.

이처럼 확정적으로 배제된 사람이 아니라면, 정부 발표에 가장 먼저 자신이 수혜대상인지 여부를 따져보게 마련이다. 그리고 어림짐작으로 70% 안에 들지 못한다는 판단이 서면 우선은 화가 치밀어도 좋다. 분명히 누구에게나 준다더니 이제 와서 나는 왜 빼느냐는 분노는 자연스럽다. 그러나 막상 공약대로 100%에게 지급할 때의 돈이 최종적으로 누구 주머니에서 나올 것인지를 따져보고 나면 대다수는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다. 나가서 적게 들어오나 안 나가고 안 들어오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다만 70% 선에 아주 가까이 있는 사람의 상대적 박탈감은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월 소득인정액이 기준선보다 몇 백 원 높다는 이유만으로 최소 금액인 월 10만원의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차라리 전체의 63%인 20만원 수령대상을 좀더 낮추고 차등 지급대상을 늘려 전체의 75%, 아니 72%까지라도 수혜대상을 넓히거나 소득인정액 산출 방식 자체가 바뀌기를 바라기 십상이다.

차별이 심각하고 본질적이지만, 경계선에서의 이런 희비 쌍곡선은 세상의 모든 의무 부담이나 혜택 향유에서 나타난다. 또한 거의 같은 것을 완전히 다르게 취급하기 위한 국가의 '선 긋기'는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라는 헌법상 평등권의 대원칙에도 저촉되지 않는, 불가피하고도 예외적인 행위로 여겨져 왔다.

그래서인지 이번 기초연금 논란에서 이 부분은 거의 거론되지 않았다. 대신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따른 차등지급', 즉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길수록 기초연금 수령액이 적어지는 전체 7%의 불만이 집중적으로 부각됐다. 하고 많은 잣대 가운데 왜 하필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냐는 의문은 품을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합리적 잣대가 마땅치 않은 상태에서 적어도 '통계적 의미'는 확인된 이 잣대를 무조건 무시하려고 들어서는 안 된다. 더욱이 회사가 부담금만큼 더 보태는 의무가입자만은 못해도, 임의가입자에게도 부담금의 평균 80% 혜택이 덧붙는 국민연금 구조에 비추어 기초연금 수령액 감소는 견뎌낼 만한 차별이다. 일부 지적처럼 기초연금 차등지급을 이유로 탈퇴하는 임의가입자가 있다면 당사자의 계산 능력이 의심스럽다. 현재의 금리 수준에서 기초연금 최소수령자의 '10만원+국민연금 부가 혜택'을 안정적으로 보장하는 금융상품은 없다. 국민연금의 틀이 흔들린다는 엄살과는 정반대로 그들의 탈퇴는 오히려 국민연금의 자산건전성을 높일 것이다.

처음부터 왜 70%만이냐, 왜 차등지급이냐를 곧바로 따지는 게 맞다. 물론 다른 복지 현안과 마찬가지로 100%의 균등한 혜택을 주장하려면 각자의 능력에 따른 경중의 차이는 있어도 추가 세부담은 누구든 각오해야 한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고?

황영식 논설실장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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