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가장 많이 겪는 구강질환은 충치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 구강검진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약 23%가 충치 치료가 필요한 상태다. 흔한 만큼 가벼이 여겨 불편해질 때까지 충치 치료를 미루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충치라고 다 가볍지만은 않다. 특히 빨리 치료하고 관리에 주의해야 하는 고(高)위험 충치들이 있다. 자신의 충치가 이에 해당하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치아 맞닿은 면은 넓게 썩어
대표적인 고위험 충치로 인접면 충치를 들 수 있다. 말 그대로 치아 두 개가 맞닿은 면이 썩는 것이다. 치아 인접면은 골짜기 모양으로 패여 있어 칫솔질이 제대로 되지 않아 음식물이 끼기 쉬운 구조다. 인접면이 패인 정도가 사람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충치가 얼마나 잘 생기는지, 얼마나 빨리 진행되는지는 각기 다를 수 있지만, 일단 인접면이 썩기 시작하면 한꺼번에 치아 2개로 충치가 광범위하게 퍼지는 경향은 대체로 비슷하다.
게다가 치아 인접면은 잘 보이지 않아 충치가 깊어질 때까지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인접면 주변으로 치아가 거뭇거뭇해진 게 눈에 띈다면 이미 충치가 꽤 진행된 상태다. 지오치과 수원점 명우천 대표원장(치주과)은 "발견이 너무 늦어 이미 치아가 뿌리까지 상해버리면 이를 뺄 수밖에 없다"며 "치아와 치아 사이 공간을 치실이나 치간 칫솔로 닦는 게 인접면 충치를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보호막 얇으면 1, 2주만에 충치
성인의 입 안에 충치가 생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기까지는 보통 6개월 정도가 걸린다. 그런데 유달리 치아가 약하거나 치아를 싸고 있는 법랑질이 얇은 사람은 1, 2주 만에도 충치가 발생한다. 이른바 급성 충치다. 진행 속도가 빠른 만큼 초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금방 악화해 치료가 어려워진다.
최근엔 스트레스도 급성 충치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스트레스 때문에 심리적 긴장이나 불안이 커지면 유해 세균으로부터 입 안을 보호해주는 침 분비량이 줄어 충치균이 더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는 것이다.
영ㆍ유아에게도 급성 충치가 쉽게 생긴다. 젖니가 영구치에 비해 무르고 약하기 때문이다. 또 젖니의 법랑질은 영구치의 절반 두께밖에 안 된다. 특히 우유병을 물고 자는 습관이 있는 영아는 우유나 모유가 윗입술과 치아 사이에 오래 고여 있게 돼 1주일 만에도 충치가 생길 수 있다(우유병 우식증). 대개 위쪽 앞니 4개부터 하얗게 변하기 시작한다. 아기가 우유병을 물고 자지 않도록 하고, 우유를 먹은 뒤 젖은 헝겊이나 거즈로 아기의 치아와 잇몸을 닦아주면 예방에 도움이 된다.
가지런한 치아가 충치 적어
아랫니와 윗니가 제대로 맞물리지 않는 부정교합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충치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들쑥날쑥하거나 서로 겹쳐 난 치아도 칫솔질만으로 청결한 상태를 유지하기가 어려워 충치가 자주 생긴다. 특히 치아가 겹친 부위에 충치가 생기면 여러 치아로 금방 퍼질 수 있어 인접면 충치처럼 피해 범위가 넓어진다. 치아 배열이 가지런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지오치과 김포점 방태훈 대표원장(보철과)은 "미용 목적이 아니고도 충치 예방이나 치아 기능 개선 등을 위해 치아 교정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며 "이미 교정장치를 장착한 상태라면 사탕이나 설탕처럼 입 안에 오래 남아 충치를 일으킬 수 있는 음식을 가능한 적게 먹고 불소 제품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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