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가을이 무르익는 10월이면 북한강이 3면으로 둘러싸는 자라섬에는 재즈의 선율이 흐르고 젖먹이 아이부터 칠순의 어르신까지 가족, 연인, 친구들이 모여 소풍을 즐긴다. 재즈 문외한이라도 재즈 선율에 취하고 아름다운 풍광에 취한다. 한가득 싸온 음식으로 진수성찬을 차리고 번듯한 잔치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이목구비가 동시에 호강하는 축제, 올해로 10회를 맞은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의 익숙한 풍경이다.
올해로 10회째를 맞은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은 국내 대형 음악 축제 중에서도 가장 역사가 길고 대중적으로도 크게 성공한 행사로 꼽힌다. 지난해까지 누적 관객이 총 117만명인데, 올해는 예년보다 하루 늘어 나흘간 연인원 30만명 이상이 찾을 전망이다. 경제적 효과는 2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음악 축제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대한민국 우수축제로 3년 연속 선정된 건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이 유일하다.
장마 때면 흙탕물에 푹 잠길 정도로 척박했던 경기도 가평의 황무지를 가을 축제의 명소로 만든 이는 10년째 축제를 이끌고 있는 인재진(48) 예술감독이다. 25일 만난 그는 "2001년 핀란드 포리재즈페스티벌에 다녀온 뒤 재즈페스티벌을 꿈꾸게 됐다"면서 "특강을 나갔다가 우연히 만난 문화체육관광부 말단 공무원의 제안으로 방문한 가평에서 가능성을 봤다"고 회고했다. "비만 오면 가라앉는 말도 안 되는 곳인데 마지막으로 한 번 보시겠어요?"라는 공무원의 한마디가 자라섬을 재즈와 캠핑의 성지로 만든 것이다.
자라섬에는 그 동안 조 자비눌, 브랜포드 마살리스, 존 스코필드, 스탠리 조던, 존 애버크롬비 등 재즈의 명인들이 다녀갔다. 올해는 케니 배런, 마들렌 페이루, 리 릿나워, 하비 메이슨, 프레저베이션 홀 밴드, 스티브 갯, 미로슬라프 비토우슈 등 해외 유명 연주자들과 정성조 서영도 등 국내 재즈 스타들이 10월 3~6일 무대에 오른다. 출연진만 총 25개국 131개팀이다. 인 감독의 아내인 재즈 디바 나윤선도 공연한다. 그는 "아내를 출연시키면 괜한 말을 들을 수 있어 조심스러웠는데 특별히 10회째라서 해외 공연 대신 자라섬 무대에 서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3회 때 가평으로 이주한 인 감독은 물론이고 스태프들은 대부분 가평군민들이다. 그는 10회를 맞는 소회를 말하면서도 가평 주민들과 군청의 공무원들에게 먼저 감사의 뜻을 밝혔다. 올해는 가평 읍내로 무대 범위를 넓히고 10주년을 기념해 가평 지역 학생들이 참여하는 등 가평 주민들과 함께하는 축제로 거듭난 것이 특징이다.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의 성공 비결로 인 감독은 비상업적 행사라는 점과 가족 중심의 축제라는 점을 꼽았다. "우리의 관심사는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지속할 수 있는 축제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대기업의 상업적인 축제와 달리 우리는 계속 키워갈 수 있고 더욱 건강해지는 축제를 만드는 게 목표였어요. 그리고 1회를 준비하면서부터 재즈를 앞에 내세우지 않고 가족에 초점을 맞췄어요. 자연, 가족 휴식 그리고 음악 즉 좋은 날씨 속에 즐기는 소풍을 생각한 게 유효했던 거죠."
고경석기자 kave@hk.co.kr
사진=김주영기자 wi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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