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검은 26일 법원에 제출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공소장과 중간수사결과 발표에서 이른바 RO(Revolution Organization)의 실체와 주요 활동을 내란음모 혐의와 연계해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
검찰은 특히 한국일보가 단독 입수해 전문을 공개한 지난 5월 12일 서울 합정동 RO 비밀회합 녹취록 외에도 이 회합에 이르기까지 과정 등이 담긴 다수의 녹취록을 확보했다고 밝혔지만, 계속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대신 RO의 조직 체계와 운영, 주요 활동 등을 상세히 공개했는데, 큰 틀에서는 그간 알려진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검찰에 따르면 RO는 이 의원이 민혁당 사건으로 구속됐다 출소한 2003년 8월부터 사실상 시작됐다. 이 의원은 민혁당의 실패 원인을 분석해 철저히 '지하'원칙에 따라 조직을 구성했으며, 수사기관 노출을 막기 위해 하부 조직원들끼리 서로 알지 못하게 상하 1대1로만 연결된 '단선연계', 각 지역 및 부문 조직에는 이 같은 단선연계 조직을 2개 이상 배치하는 '복선포치' 형태로 조직을 꾸려 운영했다는 것이다.
RO는 보안을 위해 강령을 문서화하지 않고 조직원들에게 암기하도록 했고, 규약도 만들지 않았다. 또 북한 주체사상으로 철저히 의식화된 사람만 조직원으로 받아들였고 세포모임을 통해 지속적으로 교육을 시켰다고 한다. 검찰은 북한과의 연계는 수사 중이라고 밝히면서도 RO 조직원들이 강연ㆍ문건 작성 등에서 북한식 용어를 일상적으로 썼다고 강조했다.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이용하거나 목적지 전에 미리 버스에서 내려 걸어가는 등 미행을 따돌리는 수법을 '꼬리 따기'라고 한다거나, 이 의원이 노출이 안 되도록 은밀하게 모이라는 뜻인 "바람처럼 와서 순식간에 오시라" 등의 용어를 수시로 썼다는 것이다.
RO는 총책인 이 의원을 중심으로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를 갖췄다는 것이 검찰 측 설명이다. 올 5월 10일 경기 광주 곤지암청소년수련원에서 열린 비밀회합이 보안 등 문제로 취소된 뒤 이틀 만에 다시 소집한 합정동 회합에는 밤 10시가 넘는 늦은 시각인 데다 당일 낮에 공지가 됐는데도 조직원 130여명 대부분이 모였다.
검찰에 따르면 RO는 비상 시 총책인 이 의원을 경호할 팀도 꾸렸다. RO의 자금줄로 지목된 CNP그룹이 30여명의 경호팀을 선발해 매주 사흘씩 체련단련과 매달 한 차례 산악훈련을 시키고, 호출 시 100% 모일 수 있게 월 3회 사상교육도 했다. 이들은 이 의원을 'V'(VIP의 약칭)라고 칭하며 "전쟁 상황에서 육탄이 돼 'V님'을 지켜내겠다"고 결의했다. 검찰은 이 같은 경호팀 운영을 이 의원을 RO의 총책이라고 보는 주요 증거로 제시했다.
RO는 보안수칙도 철저히 지켰다. 검찰이 압수한 디지털 압수물 164점 중 RO와 관련된 자료에는 대부분 암호화 프로그램이 설치돼 있었고, 이 의원 자택에서는 도청탐지기도 발견됐다.
수원=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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