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임귀열 영어] Facing Sound Problems (발음 때문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임귀열 영어] Facing Sound Problems (발음 때문에)

입력
2013.09.26 10:59
0 0

'그레이데이'라는 말을 듣고 즉시 의미를 파악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받아써 보면 'Gray Day' 'Grade A' 등이 된다. 그런데 Gray Day(회색의 날? 우중충한 날?) 같은 말은 좀처럼 쓰지 않는 말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Grade A(최고등급)라고 추정할 수 있다. 어떤 미국 기자는 송고 받은 기사 중에 'crustacean'(갑각류의)라는 단어를 보았다고 한다. 문맥상 갑각류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아 확인해 보니 실제 단어는 'Crewe Station'였다고 한다. 또 조종사들끼리 주고받는 말 중 'fiver' 'niner'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five와 nine의 변형 발음이다. 두 단어의 마지막 '아이'라는 모음 때문에 시끄러운 조종실에서 구별이 어렵게 되자 일부러 '어' 소리를 넣어 만든 것이 fiver, niner다. 모두 유사한 발음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인데 학습자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보통 미국 사람은 'Which do you like better, tea or coffee?'라는 8단어를 0.2초안에 알아듣는다고 한다. 눈 깜짝할 사이에 알아듣고 거의 자동 반사적으로 응답이 나온다. 수백 번 들어 본 말이기 때문이다. 원어민의 정상적인 대화체 영어는 1분당 300음절을 발음한다. 예컨대 '청렴한 관리'와 같은 5음절을 1초에 발음한다. 빠르게 발음하다 보니 자연히 '청념한 괄리'처럼 소리의 변화가 생긴다. 또박또박 발음하는 영국인도 이러한 현상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들은 necessary(발음:네써쎄리)를 nessree(네쓰리)처럼 말하거나 immediately(발음:이미어디어틀리)를 meejutly(미져틀리)처럼 발음하기도 한다. 근래에는 'How do you do?'를 howjado(발음:하우져두)로 hat did you do? whatjado(워져두)로 하는 사람도 많다. 음성 언어에서 음절과 단어나 문장은 빗물 속의 수채화처럼 번진다고 비유한 학자도 있다. 그만큼 자유롭게 동화하고 축약되고 변한다는 뜻이다.

영어가 흔해진 요즘 I love you를 isle of view(섬 풍경)로 오해하는 이는 드물겠지만 sound에 대한 혼돈과 문제는 늘 존재한다. 이 문제를 풀려면 음절의 구성과 발성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Lavatory(비행기 화장실)와 laboratory(실험실)의 구별을 sound만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전후 문맥으로 추정하는 게 빠르고 정확한데 평소 머리 속에 input된 음성 영어 자료가 없다면 sound 연구를 아무리 해도 청취와 말하기는 풀리지 않는다. 0.2초안에 질문을 파악하고 응답하기 위해 수백 번은 아닐지라도 최소한 수십 번의 발성 노력으로 음성 언어의 난제를 풀어야 하는 이유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