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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과 건강] 로마 마라톤 완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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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과 건강] 로마 마라톤 완주하기

입력
2013.09.26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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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은 한 번쯤은 해외에서 마라톤을 뛰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물론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보스톤 마라톤을 뛰어보고 싶은 사람이 제일 많은 것이 사실이나, 마라톤을 참석하기 위해 휴가를 내는 것은 무리가 따르는 일이다. 우연한 기회에 로마마라톤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로마 마라톤은 올해로 19번째로 역사가 그리 많지는 않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동아 국제 마라톤이 84회이고 보스톤 마라톤의 경우에는 117회인 것을 보면 얼마 되지 않은 마라톤 대회인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유명 관광지를 마라톤코스로 뛰어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마라토너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로마마라톤은 국내 마라톤대회와는 약간 다른 시스템이었다. 인터넷 등록을 마치면 대회 4일전부터 엑스포장을 운영하면서 배번호와 가방을 수령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일정이 맞지 않아 로마마라톤 공식 여행업체에 문의를 해서 호텔에서 미리 받을 수 있도록 여러 번의 협의 끝에 승낙을 받았다. 그러나 한 가지 걸림돌이 있었다. 로마 교황이 새로 뽑히면서 교황즉위식이 마라톤 행사 당일과 겹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계속해서 로마마라톤 사무국에서 메일이 왔다. 코스가 바뀔지도 모른다 혹은 마라톤이 취소될지도 모른다 만약 취소되면 다음해 로마마라톤 무료참가권을 주겠다 등등. 로마마라톤 일주일 전이 돼서야 정상적으로 마라톤이 열린다는 통보를 받았다. 첫 해외 마라톤이 이렇게 힘들 줄이야 상상도 못 했다.

대회 전날 밤 10시경 로마 테르미니 역에 도착해서 역 바로 옆에 있는 작은 호텔에 여장을 풀고 대회 출발 장소인 콜로세움으로 향했다. 밤 11시경이 되었는데도 사람이 적지 않았다. 콜로세움에 도착하니 마라톤 준비로 대회 도로를 통제해서 걸어 다닐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콜로세움의 멋진 야경을 감상하고 베네치아 광장도 구경한 후 숙소로 향했다.

아침 6시경 일어나서 간단한 조식을 먹고 호텔 주변을 가볍게 조깅했다. 해외에 나갈 때마다 아침 조깅을 빼 먹지 않고 하기 때문에 오늘도 어김없이 조깅을 하고 마라톤 출발 장소로 향했다. 이미 도로에는 로마마라톤 참석자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콜로세움으로 향하고 있었다. 엄청난 인파들이 모여 있었고 유럽 각지에서 다양한 마라토너들이 출발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한국 달리는 의사들 유니폼을 입고 출발선상으로 향했다. 3만여명이 동시에 출발하는 혼잡을 피하기 위해서 각 개인기록을 토대로 그룹을 만들어서 들어가는 문을 분리시켜 놓았다. 작년 중앙마라톤 기록을 제출했더니 앞쪽 그룹으로 분류가 되어 비교적 앞 쪽에서 출발할 수 있었다.

출발 총성이 울리고 2-3분 뒤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역사가 오래된 도시라서 바닥이 울퉁불퉁했고 몇몇 넘어지는 사람들도 보였다. 시차 적응이 안되어 그런지 몸상태는 그리 좋지 않아 천천히 완주하기로 마음먹었다.

10킬로 지점을 통과할 때 누군가 ‘달리는 의사들 파이팅’ 하는 것이 아닌가. 홀로 참석한 마라톤이었기에 내 귀를 의심했다. 곧이어 한 명의 청년이다가 오더니 말을 건넨다. 유창한 한국말로 말이다. 한국에 몇 년간 살았다고 한다. 반갑게 인사도 하고 사진도 같이 찍고 헤어졌다. 나보다 조금 잘 뛰는 친구여서 먼저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오늘은 컨디션이 좋지 않아 빨리 뛸 수가 없다.

30킬로에 접어들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스페인광장과 나보나 광장을 지나면서 수많은 시민들의 환호를 받으면서 달리기 시작했다. 트레비 분수를 지나고 출발장소인 콜로세움을 뒤로하고 골인을 했다. 4시간 2분 1초. 골인 후 완주 인증샷을 찍고 체온 보호를 위한 은박지를 받아들고 마사지 부스로 향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뭉쳐진 근육을 풀어주는 마사지를 받고 나오니 베네치아 광장에서 공연을 하고 있었다. 이탈리아 전통 무용공연을 하는데 깜찍한 꼬마들의 춤을 보고 있자니 미소가 절로 나오는 공연이었다. 나중에 기록을 보니 한국 사람은 내가 유일하다.

로마마라톤의 완주하고 인상 깊었던 것은 스페인광장, 나보나 광장, 트레비 분수를 지나갈 때의 관광객들의 환호와 응원이었다. 수많은 로마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열광적으로 환호를 할 때 더 힘을 내서 달릴 수 있었다.

이로서 첫 해외원정 마라톤을 마쳤다.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더 많은 해외 마라톤에 참석해서 많은 것을 경험해보고 싶다. 건강을 위해 달리고 멋진 관광지를 돌아볼 수 있으니 이보다 더 멋진 여행은 없을 것이다.

조대연 서울백병원 비뇨기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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