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의원이기도 한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에겐 '젠틀맨'이란 별칭이 따라다닌다. 2004년 국회 등원 이후 '백봉신사상' 베스트 의원으로 3차례나 뽑혔다. 진 장관은 평소 입이 무겁고 자신의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2004년 당 대표 시절 정치신인이었던 진 장관을 대표 비서실장으로 발탁한 이유다. 한 때 탈박(脫朴) 얘기가 있었지만 새누리당 정책위의장과 대선 선대위 국민행복추진위 부위원장, 대통령직인수위 부위원장 등을 지내는 등 현 정부 내 실세로 꼽힌다.
하지만 진 장관의 최근 행보로 이 같은 '신뢰의 정치인' 이미지가 여지없이 무너졌다. 박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 후퇴 논란의 와중에 뜬금없이 이유까지 바꿔 가며 거듭 사의를 표명했다가 논란을 자초한 것이다. 게다가 정홍원 국무총리로부터 "사의 표명은 없던 일로 하겠다"며 사의를 반려당함으로써 사실상 '실없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25일 총리실에 따르면 진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정 총리를 만나 최근의 사퇴 논란과 관련, "업무에 피로를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을 한 두 군데 말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정 총리는 "사의설이 나온 것 자체가 절차적으로 잘못된 일이지만 없던 일로 하겠다"고 했다.
총리실의 전언만 놓고 보면 정 총리가 기초연금 공약 후퇴와 관련한 진 장관 인책설(說)을 매듭지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인책 사의를 검토했다는 얘기가 나온 것에 대해선 진 장관을 질책하면서도 그 이상의 책임을 묻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진 장관의 향후 업무 수행이 순탄할지는 미지수다. 당장 친정인 새누리당에서조차 비판이 거세다. 기초연금 대선 공약 후퇴 문제로 여권 전체가 부담을 안은 시점에 주무부처 장관이 불필요한 논란을 가중시켰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사퇴 이유와 관련, 공약 후퇴에 대한 책임감을 거론했다가 정부 부처 내 힘겨루기에 따른 무력감으로 말을 바꾼 것을 두고도 뒷말이 많다. 새누리당의 한 원내 핵심당직자는 "솔직히 주변 사람을 통해 사퇴 얘기를 흘린 과정부터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공약 축소가 불가피하다면 대통령을 대신해 '내가 책임지고 국민을 설득하겠다'고 백 번이라도 나서야 할 사람이 뭐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쏘아붙였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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