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이른바 국회선진화법(국회법 개정안) 수정을 둘러싸고 내홍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의 투 톱인 황우여 대표와 최경환 원내대표가 공개적으로 이견을 표출하며 충돌하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친박계 핵심인 최 원내대표의 지도부 입성 이후 권력의 무게 중심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물밑에서 벌어진 힘겨루기가 선진화법을 계기로 표면화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황 대표와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원숙한 의회민주주의 상징법"이라며 원안 사수에 나섰지만, 최 원내대표 등 원내 지도부는 "야당의 발목잡기를 허용해준 국회 마비법"이라며 법안 손질에 본격 착수할 태세다.
황 대표는 25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시도당위원장회의에서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지 않느냐는 얘기가 나오는데, 선진화법 이후 국회에서 몸싸움이 사라졌고 나름대로 품위를 찾아가는 새 정치의 변화를 가져왔다"며 최 원내대표 중심으로 제기된 선진화법 수정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같은 시각 남경필 의원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의 선진화법 악용 시도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도 "국민의 절대적인 요구에 의해 여야의 대타협으로 만들어낸 선진화법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며 황 대표를 지원했다.
그러나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선진화법이 헌법 제 49조인 다수결 원칙에 위배된다"는 논리를 재차 강조하며 국회법 정상화 태스크포스(TF)팀 설치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선진화법의 수명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최경환 원내대표의 경고를 구체화하겠다는 것이다. 당 고위 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여야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지만 일반 법안까지 발목 잡게 두는 제도를 그냥 놔둘 수 없다"며 선진화법 위헌 검토의 타당성을 강조했다.
이처럼 선진화법을 놓고 여당 수뇌부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는 데는 뒷배경이 있다. 선진화법 사수에 나선 황 대표와 남 의원은 지난해 18대 국회에서 선진화법 발의를 주도하고 야당과 협상했던 당사자다. 황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시 법안 준비하면서 위헌 여부를 다 검토했으나 문제가 없었고,'5분의 3 이상' 역시 특별 정족수로 규정돼 있기 때문에 헌법 위배 사안이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황 대표는 선진화법 발의에 함께했던 원혜영 등 민주당 의원에게도 따로 전화를 걸어 선진화법 개정 움직임에 맞서 대책을 세우자고 협조를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황 대표는 기본적으로 야당의 의견을 잘 들어주고 갈등 없이 원만하게 풀어가려는 스타일인 반면, 최 원내대표 등은 야당에게 정국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강공 모드를 택할 수 밖에 없는 등 두 사람의 성향과 당내 역할 차이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고위 당직자는 "야당에서 실제로 실력행사를 한 것은 아직 없지만 워낙 강하게 나오다 보니 이례적으로 적전분열적 양상이 나타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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