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를 모았던 미국과 이란 양국 정상의 만남이 끝내 불발됐다. 최근 양국간 화해분위기가 조성됐지만, 지난 33년간의 외교단절 장벽을 한번에 허물기는 쉽지 않았다.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제68차 유엔총회가 열린 24일(현지시간) 미국 행정부 고위 관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간 회동이 무산됐다"며 "전격 회동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총회에 참석한 양국 대통령은 비공식적이라도 만나 핵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은 이란 대표단에 두 정상이 잠깐 만나는 방안을 타진했으나 이란 측이 "현 시점에서는 상황이 너무 복잡하다"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날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만남을 조율하기 위한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동선도 서로 엇갈렸다. 두 대통령은 이날 유엔 총회에서 나란히 기조연설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전, 로하니 대통령은 오후에 연단에 섰다. 오바마가 연설할 때 로하니 대통령은 자리에 없었고 대신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이 경청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에) 무력사용을 촉구하는 압력을 뒤로하고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한 뒤 "이란은 결단코 전세계에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으나 이때 오바마 대통령은 다른 행사를 소화하고 있었다. 반기문 총장이 주재하는 각국 정상 초청 오찬도 이날 예정됐지만, 로하니 대통령은 식사에 술이 제공된다는 이유를 들어 불참했다.
미국과 이란의 정상회담은 1977년이 마지막이다. 이란 팔레비 국왕이 그 해 11월 미국을 방문, 유가문제와 미국의 대이란 무기수출 등의 현안을 놓고 지미 카터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러다 1979년 주이란 미국대사관 인질사건이 발생하자 미국은 이듬해 이란과 국교를 단절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이날 총회장에서 로하니 대통령과 잠깐 얘기를 나눴고,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이란 정부의 요청으로 로하니 대통령을 만나 경제정책 등에 대해 논의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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