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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9월 26일] 남북관계 진전의 동력을 이어가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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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9월 26일] 남북관계 진전의 동력을 이어가려면

입력
2013.09.2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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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가 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북한 내부적 요소, 남북관계 상황, 그리고 국제정세의 움직임 등 3박자가 맞아야 가능하다는 것이 정설로 되어 있다. 추석 연휴기간 중에 나온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의 '이산가족 상봉행사 및 금강산관광 재개 회담 연기' 성명은 우리의 예상과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오늘 금강산에서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연기된 것도 이 3박자가 맞아 떨어지지 못하고 있는 데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먼저 북한 내부를 살펴보면 최근 남북대화 진행과정에서 지나치게 남측에 대해 저자세를 취해 온 것이 아니냐는 우려와 비판이 표면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남북관계 상황과 관련해서는 최근 남북관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일련의 성과들이 박근혜 정부가 견지해 온 '원칙론'의 결실이라는 인식이 남한사회에서 광범하게 확산되자 이를 차단하려는 의도가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체제안정과 경제건설을 위해 일관되게 지속된 대외관계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제정세의 관건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북한에 대한 태도가 바뀌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지난 5월 말 최룡해 특사의 시진핑 면담 이후 스스로 대화국면을 조성해 왔다. 먼저 남북대화부터 시동을 걸었다. 이후 개성공단의 정상화를 위한 실무회담이 진행되었고 개성공단은 잠정 폐쇄 166일 만인 9월 16일 재가동에 들어갔다. 한 달 여 기간 동안 7차례의 당국간 회담을 거쳐 개성공단 정상화에 합의 한 것이다.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회담을 가진 것 자체가 남북관계사에 남을 일이고 북한의 태도 변화를 보여 주는 것이었다. 뒤이어 북한은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과 추석계기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실무회담도 선 제의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남북대화에 나서면서 한편으로는 미국과의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였다.

북한 국방위원회는 지난 6월 '중대담화'를 통해 '북미 고위급 당국회담'의 개최를 제의했다. 북한은 이 회담에서 군사적 긴장완화,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 핵 없는 세계 건설문제 등 양측이 원하는 문제를 토의하자고 제안했다. 이 회담은 미국의 사실상 거부로 아직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이렇듯 2010년부터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의 이니시어티브로 시도되었던 남북대화→ 북미대화 → 6자회담이란 3단계 방식의 북핵문제 해결구상을 염두에 두고 남북대화에 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11년에도 재시도 되었고 2012년 북미 사이에 소위 '2·29합의' 도출로 이어졌다.

지금 국제정세의 특징적 변화는 중국 시진핑 신정부가 '한반도 문제 해결 3원칙'을 제시하고 대화를 통한 해결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진핑 주석은 미국, 한국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이러한 입장을 분명히 했고 이는 북한의 적극적인 대화 자세와 남북관계 진전에도 영향을 주었다. 지난 8월 창완취안 중국 국방부장은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을 만나 "북한 지도부는 3자 또는 4자 회담형태의 다자회담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기회가 생겼으니 미국이 조건을 달아 어렵게 얻은 대화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이어 지난 주 미국을 방문한 왕이 외교부장은 "북한이 최근 9·19 공동성명과 2·29 합의에 복귀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하고 "중국은 미국과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합리적 시작점을 설정하려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은 선 비핵화 조치, 후 대화 재개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중국의 요구에 따른 남북대화와 북미대화 재개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입장에 변화가 없자 일단 조정국면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남북관계 진전의 동력을 이어가려면 정부는 과도한 신경전이나 감정적 대응보다는 큰 틀에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내고 북한을 남북대화에 묶어두는 담대한 전략 구사가 절실하다.

이봉조 극동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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