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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9월 26일] 백락과 천리마, 인재 중용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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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9월 26일] 백락과 천리마, 인재 중용의 중요성

입력
2013.09.25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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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나라의 문인이자 사상가인 한유는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 중 제일 머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의 시 300여수는 독특한 표현을 추구하여 일가를 이루었으며, 문장에 있어서는 유종원과 함께 고문운동을 주도하여 산문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였다. 우리가 잘 아는 한비자 역시 당시 사람들이 한유를 '한자'로 부르는 것과 구별하기 위해 아닐 '비'를 넣어 구별했다고 한다. 그는 중국 산문문체의 표준이 되고 제재(題材)의 확장을 주는 등 문화에 끼친 영향도 적지 않다.

그의 주옥 같은 많은 글중에 마설(馬說)이라는 게 있다. 천하의 명마를 잘 알아보는 백락과 천리마의 관계를 특유의 논조로 설명한다. 천리마에 인재를 비유함으로써, 인재 중용의 중요성을 갈파하고 있다. 천하에는 인재가 적지 않지만 이러한 인재들이 자신을 알아주는 군주를 만나지 못하여 제대로 쓰여지지 못하고 비참하게 살아가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세상엔 백락이 있게 된 연후라야 천리마가 있게 되는 것이다. 천리마는 언제나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지만 백락은 언제나 있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백락은 군주, 천리마는 인재를 암시한다. 비록 명마가 있다 하더라도 노예의 손에 모욕을 당하고 마구간에서 보통말과 함께 나란히 죽어가 천리마라는 평판을 듣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미국의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당시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 출신의 수많은 장군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투사령관 경험이 전무한 조지 마셜을 참모총장에 임명하였다. 루즈벨트가 국방성에 요청한 총장 후보감의 기준은 '가장 솔직한 사람'이었다. 이유는 솔직하지 않으면 지휘관이 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솔직하지 않는 지휘관을 누가 따르겠는가? 마셜은 병참지원 임무를 주로 수행한 것 외에는 별다른 경험이 없는 버지니아 군사학교 출신으로, 여러번의 사양 끝에 이를 수락해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는 전쟁에서 병참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병참 마인드를 가졌기에 전후 대 소련과의 경쟁에서 유럽부흥계획, 소위 '마셜플랜'을 수립할 수 있었다. 이념을 뛰어넘은 연합국이 승리할 수 있는 핵심은 병참이라는 것을 루즈벨트와 마셜은 정확하게 직시했다는 점이다.

또한 전쟁 후 1947년 국무장관에 취임하여 하버드대 졸업식에서 행한 '마셜계획' 강연은 커다란 반향과 실효성을 드러냈다. 마셜은 전후의 피폐한 유럽의 경제부흥 및 유럽 경제기구의 창설과 공산주의의 확산 방지에 주력하여 50년 국방장관에 취임했다. 미국의 국방강화와 한국전을 승리로 이끌고, 51년 9월 사임하였다. 그는 유럽의 경제부흥에 대한 공적이 인정되어 53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였다.

미 헌정 사상 4선의 루즈벨트 대통령 역시 소아마비에 걸려 정치생명이 끝날 뻔 했으나 불굴의 정신으로 이를 극복하고 미증유의 대공황을 뉴딜정책으로 이겨냈다. 그의 특별한 안목은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 장수로 천리마 였지만 무명으로 있었던 마셜을 지명하게 만든 것이다. 마셜 역시 초당파적 인물로 전시와 전후를 통하여 미국의 대외정책의 운영에 큰 역할을 했다.

우리는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나름의 원대한 꿈과 이상을 품고 살아간다. 민족의 대명제인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선 온 겨레가 하나되어 대내적으로는 단합된 힘을, 대외적으로는 낮은 자세로 우리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긴장을 완화 시켜야 한다. 통일을 통해 제2의 민족중흥의 역사를 만들어야 하고, 그러려면 단 한 명의 인재라도 버려지지 않고 소중하게 쓰여야 한다. 그동안 축적해 온 천하의 인재들의 역량을 집중하여 관리하고, 그들의 능력이 남김없이 발휘되도록 국가 또한 인재 발굴에 인색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정말로 좋은 말이 없는 것인가, 아니면 정말로 좋은 말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일까?'라는 경구가 새삼 떠올려진다.

윤창규 동아시아센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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