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아들을 부양하기 위해 아내와 함께 좌판을 벌였다 공무원과 몸 싸움 끝에 단속원을 숨지게 한 중국의 한 노점상이 결국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중국 네티즌은 같은 고의살인죄를 짓고서도 사형 유예 판결을 받은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서기의 부인 구카이라이(谷開來)와 비교하며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법 현실을 개탄했다.
30대 가장 샤쥔펑(夏俊峰ㆍ사진)에게 불행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09년 5월. 그는 당시 아내와 함께 선양시의 한 도로에서 채소와 과일을 팔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하루 종일 일해 그의 손에 떨어지는 것은 고작 110위안(약 2만원). 60대인 어머니가 매월 800위안(약 14만원)의 연금을 받고 아버지도 임시직 환경미화원으로 일해 700위안(약 12만5,000원)의 월급을 탔지만 다섯 식구가 생활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했다. 그래도 그는 당시 7살이던 아들을 위해 웃는 얼굴을 잃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선양시의 도시관리 공무원이 들이닥쳐 불법 노점이라면서 그를 체포했다. 그는 단속원과 몸싸움을 벌였고, 자신도 모르게 채소를 다듬을 때 쓰던 칼을 휘두르게 됐다. 이런 과정에서 단속원 2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정당방위라며 그를 선처해 줄 것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각계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법원은 그에게 고의살인죄를 적용, 사형을 선고했다. 2011년 5월에는 형이 최종 확정됐다. 그리고 25일 사형은 그대로 집행됐다. 사형 직전 가족들과 얼굴을 볼 수 있었던 게 그가 마지막으로 누린 호사였다.
이날 인터넷과 웨이보엔 샤쥔펑의 사형 집행 소식이 가장 많은 조회수를 차지하며 그를 애도하는 글이 빗발쳤다. "이것이 과연 정의인가", "당과 국가에 실망했다", "가족들을 위해 모금 운동을 하자", "무슨 말도 할 수 없는 참담한 심정이다", "분노한다", "다시 태어날 땐 평등한 세상에서 행복하길 바란다" 등이 호응이 많았던 글이다. 그의 부인 장징(張晶)도 웨이보에 "어머님이 통곡하시다가 정신을 잃고 쓰려지셨다"는 글을 올려 보는 이를 안타깝게 했다. 그의 아들이 천진난만하게 그린 단란한 가족의 그림에 많은 이들이 가슴 아파했다.
일부 네티즌은 "고위 권력자의 아내이자 혁명 원로의 딸(구카이라이)은 외국인을 죽여도 사형되지 않고, 환경미화원의 아들로 좌판을 해 근근이 살았던 서민은 본의와 다르게 사람을 숨지게 한 것인데도 사형되는 것이 중국의 법이냐"고 비판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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