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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플러스한국인물구미

입력
2013.09.25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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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드라마 아닌가요? 누구나 주연이죠!”

성형외과진료를 하는 의사와 연극배우라는 두 개의 타이틀을 가진 사람이 있다. 파란 수술복을 입고 진지했던 얼굴이 연극이야기가 나오자 이내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변하는 그는 ‘내안에더블유의원’ 최철웅(48)원장이다. 병원 내부에는 그가 출연한 연극의 포스터와 전단이 나란히 놓여있다. 그는 휴대전화기에서 짙은 화장을 하고 양복을 입은 배우의 사진을 보여줬다. 한 가지 인생을 사는 사람들과 달리 두 배의 인생을 즐기며 사는 이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의사가 연극을 한다고 하니 시간이 남아 취미활동으로 하는 게 아니냐며 색안경을 끼고 보는 이들도 많습니다.”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연극에 관심이 있었고 대학교 때도 연극동아리 활동을 했다. 꼴찌에 가까운 성적으로 고등학교에 입학한 어느 날 연극을 보고 바로 자신이 가야 할 길이라는 운명을 느꼈다. 공연장을 나오자마자 연극영화과로 진로를 정하고 학업에 매진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아버지 돌아가시고 부유했던 집안의 가세가 기울었다. 2명의 누나와 여동생 사이에 장남인 자신의 어깨에 짊어진 책임감 때문에 연극의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부터 죽을 각오로 공부를 했지만 바닥을 친 성적이 의과대학 커트라인을 넘지는 못했다. 한 번의 실패 끝에 그는 결국 의과대학에 진학했다. 의대에 진학한 그는 연극동아리에 가입해 또다시 연극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 열정도 의과대학 본과에 들어서면서 묻혀버렸다. 전문의과정과 수련의를 거쳐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정신없는 나날이 반복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길에 스쳐 지나가는 연극 포스터를 보고 잠재되어있던 열정이 끓어올랐다.

최철웅 씨, 연극 한번 해봅시다!

다음날 바로 지역 극단으로 찾아갔다. 회식자리에서 감독과 마주앉아 인생사를 털어 놓았다. “단장님 죽기 전에 꼭 한번 다시 무대에 오르고 싶습니다.” 한동안 그를 응시하던 단장이 소주한 잔을 시원하게 들이키면서 “원장님, 아니 최철웅씨, 연극 한번 해 봅시다”라고 했다. 그의 인생 2막이 되는 순간이었다. 다음날 오디션을 보고 바로 ‘클라우드 라인’, ‘그 남자의 자서전’ 등 연극 무대에 서며 지금까지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다른 배우들에게 취미생활로 연극을 한다는 선입견을 주지 않기 위해 대사연습을 쉬지 않고 했다. 대본연습을 하느라 점심을 거른 적도 많다. 남들보다 몇 배는 노력을 해야 스스로 배우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연극을 시작하고 난 후 생활의 목표가 생겼다. 진료가 끝나는 순간, 그는 배우가 된다.

2개의 인생, 목표도 2배

그에게는 또 하나 목표가 있다. 나이가 들어 전국을 돌며 통증치료를 하는 것이다. 올 4월에 공연을 앞두고 있는 그는 연극을 통해 관객들의 마음을 치료하는 것과 의사로서 몸을 치료하는 삶이 보람 있다는 그는 단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지는 인생드라마에서 진정한 주연이 되고 싶다며 연극단원과 함께 찍은 사진을 자랑스럽게 가리킨다.

김민규 엠플러스한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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