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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플러스한국대구인물

입력
2013.09.25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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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드화 그리는 의사 박진용 원장

대구 중구에서 성형외과진료를 하는 박진용 원장은 “취미치고는 지나치게 솔직하죠?” 누드화와 풍경화를 취미로 그리는 의사다. 환자들이 오가는 로비와 복도에는 그가 그린 풍경화가 자랑스레 걸려있고 진료실에는 온통 누드화다.

어떤 이들은 슬몃 어색하게 웃기도 할 것이고 어떤 이들은 그 그림을 그린 의사가 뭔가 아주 유별날 것이라 추측해 보기도 할 것이다.

의사와 누드화, 어딘지 모르게 어울리는 것도 같다. 환자의 얼굴과 신체에서 미학적인 면을 연구하는 것이 직업이다 보니 이보다 더 훌륭한 취미는 없지 않을까. 그러나 그는 직업 때문에 생긴 취미는 아니라고 답했다. “예과시절부터 틈틈이 그림을 긁적이던 습관이 지금까지 이어졌어요. 이제는 맘 놓고 그리죠.” 활짝 웃는 그의 모습에 즐거움이 묻어났다. 요즘 들어 그림 그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지만 이중 일부는 넘치는 정보, 넉넉해진 여유와 만나 고급 미술 재료 또는 갤러리 섭외 등 취미에 대한 준비와 결과물을 알리는 노력에 중점을 둔다. 그런 점에서 박 원장은 색다르다. 한마디로 진솔하다. 과정은 아마추어답게 소소하고, 결과물은 모두 내추럴 그 자체로 솔직하다. 남의 시선보다는 자신의 자연스러운 내면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거칠어 보이는 유화보다 부드러운 수채화와 조카에게서 빌려왔을 법한 친근한 파스텔로 그려낸 그의 세계는 풍경화와 누드화로 은은하게 채워진다.

파스텔로 그려낸 본연의 아름다움

그가 그림을 제대로 배운 것은 3년 전, 풍경화를 그리며 본연의 아름다움에 매혹되었고 자연스레 그의 의식과 무의식을 따라 지금의 관심사에 접어들었다. 그는 여성의 나체가 가장 본연적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생각한다. “처음 배우면 누구나 그려야 하는 누드화였지만 저는 가면 갈수록 어려웠어요. 선으로 가장 기본적인 인체의 선을 그리고 자세를 생생하게 표현해야 하는 것, 그 사이 보이는 모델의 얼굴까지 균형감과 자체의 아름다움을 유지해야 하니까요” 특히 그는 파스텔로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덩어리에서 선을 표현해 내고 여기에서 따뜻하고 감미로운 색감을 풍부하면서도 조화롭게 표현하는 것이 가장 매혹적”이라는 것이 그 이유라고. “그림이란 사랑스럽고 즐겁고 예쁘고도 아름다운 것이어야 한다”던 르누아르 역시 파스텔로 여성의 나체와 초상화를 표현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와 같은 이유 때문일지도 모른다.

고통은 지나가고 아름다움은 남는 것

그는 일주일에 세 번 자신의 스승인 전일명 화가의 화실로 간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환자를 마주하며 그들이 찾는 미에 대해 고민을 하지만 오후 8시면 빈캔버스를 마주한 채 자신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에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메스 대신 붓과 파스텔을 들고 보다 자유롭게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완성하다 보니 11시까지 이어지는 강행군에도 그는 피곤함 대신 고민과 즐거움 속에 있다. 이때만큼은 ‘미’에 대한 자신의 시각이 극도로 선명해진다. “처음엔 직업 때문에 누드화를 그릴 때 꽤 도움이 됐어요. 하지만 요새는 관찰한 그대로를 표현하는 작업을 통해 병원에서 의외의 도움을 많이 받아요. 선의 아름다움과 비율의 과학성을 눈으로 확인하고 메스가 아닌 연필로 그리니 좀 더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 쓸 수 있는 눈이 생기는 거죠.” 요새 그가 집중하는 것은 여성의 인물화. 여성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한 그의 두 번째 과제다. 진료시간 중 숨을 돌릴 틈이 생기면 자연스레 그는 이젤 앞에 앉는다. 파스텔을 들고 혼자 되물으며 그림 속에 빠져든다. 고심을 거듭하는 모습은 고통에 가깝다가도 이내 쓱쓱 선을 긋고 색을 퍼뜨리며 입꼬리를 올린다. 그의 직업과 취미를 르누아르가 남긴 말 한마디가 관통한다.

“고통은 지나간다, 아름다움은 남는다”

장아영 엠플러스한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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