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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9월 26일] 목 놓아 외쳐도 메아리 없는 민주당

입력
2013.09.25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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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외롭고 고단할 것 같다. 온 몸을 던져 장외투쟁을 벌여도 기대했던 분노가 타오르지 않고, 결단을 내려 국회에 복귀해도 그저 그런가 보다는 무심한 반응뿐이다. 차라리 비난이라도 쏟아지면 좋으련만, 뭘 해도 국민들은 심드렁하다. 미움은 애정의 변형된 표현일 수 있어 한 자락 끈이라도 남아 있지만, 무관심은 가장 먼 정서적 관계이기 때문에 더 심각하다.

사실 국면은 민주당에 나쁘지 않다. 국정원이 민주화 이후 금기시돼온 대선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고, 박근혜 대통령이 "전 정권 일이지만 잘못됐다.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식의 유감 표명조차 거부, 국민 감정을 자극한 상태다. 또 이 과정에서 청와대가 껄끄럽게 생각하는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문제가 터져 나온 데 이어 법무부가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성 접대 의혹 때와는 다르게 감찰을 발 빠르게 지시하면서 권력의 외압 의혹을 넘어 검찰의 독립성 논란까지 불거졌다.

이 뿐만 아니다. 정부가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20만원을 주겠다는 기초노령연금 공약을 축소 수정하는 등 주요 복지공약들을 재정의 어려움 때문에 후퇴시키고 있다. 복지공약과 함께 중도 표를 흡수할 수 있었던 경제민주화 약속도 입법 과정에서 질척거리고 약화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신뢰가 훼손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정부 여당에 악재가 터지고, 위약이 빈발하고, 오만과 편견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면, 민주당이 국민 분노를 업고 국면을 주도하고 있어야 한다. 그게 상식인데, 어찌된 일인지 민주당은 존재조차 희미하다.

민주당은 무지 애를 쓰고 옳은 얘기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기초연금 축소는 국민 기만이다, 반값 등록금과 무상보육 등 대선 복지공약을 이행해 보편적 복지를 실현해야 한다, 재원은 증세를 통해 마련할 수 있다, 경제민주화로 대기업 횡포를 막으면 경제질서가 바로 서고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다 등등. 하지만 국민들은 그저 힐끗 쳐다볼 뿐 깊이 경청하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국민들이 무지한 것일까. 민주당 사람들 중 일부는 그렇다고 말한다. 하지만 개개인은 무지할 수 있어도 국민 전체는 결코 그렇지 않다. 민주당이 복지공약 완전 이행을 외칠 때 그게 타당하다는 국민들도 한편으로는 재정 고갈을 떠올리고, 민주당이 대안으로 대대적인 증세를 제시할 때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도 현실적인 반발과 경기 위축을 염려한다. 민주당이 보편적 복지를 역설해도 "그것 다 하려면 5년간 400조원이 드는데, 소는 누가 키우냐"는 반론 한마디로 일축되는 형국인 것이다. 정책마다, 현안마다 듣기 좋고 옳은 얘기를 하지만, 그 총합은 현실성 없는 공담(空談)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재정도 고려하면서 복지를 추진하고, 증세를 논하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식으로 합리적인 총합을 이뤄내는 국가경영능력이 민주당에 부족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국가경영 능력이 저절로 형성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민주당이 지금처럼 상층부가 계파간 나눠먹기식 담합구조로 돼있고, 하층토대가 40대 후반이 청년당원일 정도로 노쇠화하고, 당원관리조차 제대로 못하고 내부 인트라넷조차 없는 주먹구구식 시스템에 머물러 있는 한 미래는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들은 우매한 것처럼 보이지만 다 안다. 지난해 총선 때 많은 전문가들을 끌어들여놓고 계파 나눠먹기 때문에 공천하지 못하고, 지난 대선 때 야권 지지층이 요구하던 친노 핵심들의 백의종군 선언조차 하지 않는 기득권 고수에 넌더리를 냈다.

결국 민주당의 미래는 상층부의 담합구조, 노쇠화한 토대, 주먹구구식 내부 시스템을 혁파하는데 달려 있다. 무척 반발이 심하고 힘든 과정이겠지만, 이를 이뤄내는 주역은 민주당은 물론 야권 전체를 대표할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 국정을 담당할 수도 있을 것이다. 목이 쉬도록 외쳐도 메아리가 없는 민주당의 현실을 혁파하기 위해 누가 나설 것인가.

이영성 논설위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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