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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오션의 경영학] <상> 발상의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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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오션의 경영학] <상> 발상의 전환

입력
2013.09.25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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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오션'이 사라지고 있다. 장기침체와 과당경쟁으로 시장이 포화에 이르면서 분야를 막론하고 더 이상 새로운 금맥은 찾기 힘들게 됐다. 블로 오션은커녕 오히려 모든 시장이 힘겨운 '레드 오션'으로 변모하고 있는 상황이다. 갈수록 격화되는 시장상황에서 새로운 생존방법으로 주목 받고 있는 퍼플 오션 전략에 대해 살펴 본다.

30대 이상이라면 두부장수에 대한 추억이 있다. 손수레나 자전거에 두부를 싣고 종을 치면서 골목골목 다니던 바로 그 두부장수의 풍경. 장수들은 두부를 한 모씩 잘라, 검은 비닐이나 신문지에 싸서 팔곤 했다.

이런 두부시장에 혁명적 변화가 온 건 포장두부의 등장이었다. 1984년 풀무원은 두부를 용기에 담아 밀폐한 포장두부를 출시했는데, 위생적이고 간편한 냉장용 포장두부는 선풍적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똑 같은 두부지만, 발상을 바꾼 포장두부는 풀무원에겐 블루 오션이 된 셈이다.

그런데 얼마 못 가 상황은 바뀌었다. CJ제일제당, 종가집 등 대형 식품업체들이 줄줄이 뛰어들면서 포장두부 시장은 경쟁이 치열한 포화상태의 레드 오션으로 변모하고 말았다.

하지만 시장은 역시 역동적이었다. 한계에 도달한 시장은 늘 새로운 출구를 찾게 되는데, 포장두부시장도 마찬가지였다. 레드오션이 된 포장두부는 지난해부터 가공두부로 진화하며,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네모 난 모 두부 일색에서, 먹기 좋게 모양을 동그랗게 바꾼 두부, 채소 해물 치즈 등을 곁들인 두부, 아예 닭가슴살이나 생선살을 넣은 스테이크 두부까지 새로운 형태의 두부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같은 가공두부가 포화상태의 시장에 퍼플 오션이 된 셈이다.

퍼플 오션은 현재 식품업계의 화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젠 눈을 씻고 찾아봐도 블루 오션의 영역은 없는 것 같다. 결국은 기존 시장에서 변화와 차별화를 통해 돌파구를 찾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무첨가 햄'도 퍼플 오션에 해당하는 경우다. 햄은 맛있지만 건강에는 해로운 '반(反)웰빙'식품이란 인식 때문에, 레드 오션 차원이 아니라 아예 시장자체가 소멸될 수도 있는 상태였다. 이에 업체들은 염류 등 각종 첨가물을 빼거나 줄인 새로운 '웰빙 햄'을 개발, 죽어가던 햄 시장을 결국 되살려 놓았다. CJ제일제당이 2010년 내놓은 '더 건강한 햄'은 현재 누적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고, 시장이 계속 커지자 롯데햄과 대상, 동원F&B 등도 속속 참여하고 있다.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 김태준 부사장은 "사전에 꼼꼼한 시장조사와 소비자 요구를 바탕으로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가 브랜드=백화점, 할인상품=대형마트'의 공식도 깨지고 있다. 골목상권 규제로 레드 오션에 직면한 대형마트들은 발상을 바꿔, 백화점 영역으로 간주됐던 고가브랜드 매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달 초 창고형 할인매장인 코스트코가 캐나다 고가 패딩인 캐나다구스를 입점시켰는데 입고하자마자 조기 품절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마트의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는 지난 해 4월부터 7개 매장에서 버버리, 펜디, 프라다 등 11개 고가 브랜드를 백화점 보다 20~30% 가격을 낮춰 판매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지난해 4월 대비 현재 월평균 매출은 5.4% 가량 늘어난 상태"라며 "병행수입을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신상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도 잠실점에 설치했던 고가브랜드 매장이 인기를 끌자, 영통점에도 추가로 열었다. 특히 구찌, 세이코 등 고가 시계들이 잘 팔리면서 올 들어 매출(잠실점 기준)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7% 늘었다.

LG생활건강이 지난 해 8월 내놓은 물 없이 머리를 감는 '엘라스틴 어머나 샴푸'는 원래 환자용으로 개발된 것이었다. 하지만 의외로 일반고객에도 수요가 있다고 판단, 대중화한 결과 올 2분기 출하량은 1분기보다 65%나 늘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존 제품을 변형해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퍼플 오션 전략은 저성장시대의 좋은 생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퍼플 오션(purple ocean)이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경쟁자 없이 독주하는 시장을 블루 오션(blue ocean), 반대로 경쟁이 너무 치열해 성장가능성이 없는 시장을 레드 오션(red ocean)이라 한다. 퍼플 오션은 완전히 새로운 블루 오션은 아니지만, 기존 레드 오션 시장에서 발상의 전환, 기술 개발, 서비스 혁신 등을 통해 새로운 시장이나 파생시장을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파랑(블루)과 빨강(레드)를 섞으면 보라색(퍼플)이 된다고 해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여졌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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