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의 외교가 중동으로 회귀하고 있다. 아시아 중심 전략을 발표한 지 2년 만이다. 이번에는 군사력이 아닌 '관여(engagement)'를 들고 중동에 돌아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제68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외교정책의 중심으로 포용 또는 대화로 번역되는 관여로의 복귀를 천명했다. 오바마는 이날 세계를 향해 "전쟁에 지친 미국 여론과 중동에 대한 원유 의존도가 줄고 있음에도 불구, 미국은 중동에서 계속 적극적 행위자가 될 것"이라며 "우리는 이 지역에 오래 동안 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동 관여의 명분으로 미국 예외주의를 제시하고, 미국 없는 세계는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오바마는 "미국이 고립정책으로 가면 미국을 대체할 나라가 없는 국제사회에 리더십 공백을 초래할 것"이라며 "미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예외적이다"고 말했다.
40분간 진행된 이번 연설은 중동에서 미국의 역할에 대한 청사진을 재편해 공개한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평했다. 그러면서 "중동이 오바마의 남은 임기 동안 주요한 중대 관심사로 남아 있을 것 같다"며 "외교정책의 중심을 아시아로 바꾸려 한 오바마가 물러선 것은 의미심장하다"고 이 신문은 평가했다.
오바마의 외교가 중동으로 돌아선 것은 연설 대부분을 이란(25번) 시리아(20번) 이스라엘(15번) 팔레스타인(11번)에 할애한 데서도 짐작할 수 있다. 오바마는 이들 나라가 개입된 이란 핵 협상, 시리아 사태, 중동평화 협상을 관여의 대상으로 지목했다. 아시아의 경우 경제발전의 사례로서 언급했고 미국과 가장 많은 현안을 지닌 중국도 다른 국가들을 열거할 때 한번만 거론했다. 한국과 북한, 일본은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오바마의 중동 관여는 4년 전 정책으로 회귀한 것이다. 그는 2009년 1월 집권 취임 직전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새로운 접근을 해야 하며. 나의 믿음은 관여가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같은 해 3월에는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처음 이란을'이슬람공화국'으로 호칭하고, 정부 대 정부 대화를 촉구했다. 10년 가까운 군사 개입에 대한 반작용이었지만 그의 중동정책 초보운전은 오래가지 못했다. 오바마는 이후 2011년 아시아 회귀(중심) 전략을 발표, 미국의 정책을 중동에서 중국으로 이동시켰다.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한 중국을 견제하고 중동에서 발을 빼려 한 것이었으나 결국 다시 중동으로 돌아간 셈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조지 W 부시와 빌 클린턴 정부가 합해 16년 동안 풀지 못한 중동 문제를 오바마가 3년여 남은 임기 동안 풀기에 시간이 길지 않다고 지적한다.
오바마의 관여정책이 북핵 협상에도 긍정적 작용을 할지에 대해 워싱턴은 조심스런 분위기다. 한 소식통은 "이란과 시리아는 핵과 화학무기의 포기와 관련 구체적 행동이나 의지를 밝혀 협상국면으로 가고 있다"며 "북한 역시 먼저 분명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점에서 보면 대화를 위한 대북 압박 수위는 더 올라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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