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권주자 중 한 명인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이 상원 회의에서 건강보험 개혁안(오바마케어)을 저지하기 위해 십여 시간이 넘도록 마라톤 연설을 하며 필리버스터의 진수를 선보였다. 크루즈 상원의원은 24일(현지시간) 회의에서 오후 2시 40분 발언을 시작해 자정을 지나 25일 새벽까지 이어나갔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공화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한 하원이 앞서 오바마케어 관련 예산을 뺀 2014년 회계연도 잠정 예산안(CR)을 통과시켜 상원에 넘겼는데,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한 상원에서 이를 복원하지 못하도록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행위인 필리버스터를 이용해 총력 저지에 나선 것이다. 크루즈 의원은 이날 연단에 들어서며 "오바마케어에 반대해 오늘 이 자리에 섰다"고 운을 뗀 후 오바마케어와의 싸움을 2차대전과 미국 독립전쟁에 비유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크루즈 의원의 장시간 연설에는 온갖 이색적인 내용들이 포함됐다. 크루즈 의원은 쿠바 난민 출신인 자신의 아버지가 요리사로 일했던 이야기를 늘어놓았고, 자신의 딸들이 늦은 밤 TV를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며 닥터 수스의 고전 동화 을 연단에서 읽기도 했다.
필리버스터 중에는 발언 중 앉거나 기대지 못하도록 돼있어 십 여 시간 넘게 서 있었지만 크루즈 의원은 "더 서 있지 못할 때까지 연설을 계속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크루즈 의원의 필리버스터는 최대 25일 정오까지만 가능하다. 상원이 그 시간 잠정예산안과 관련한 절차 표결을 진행하기로 정해놓았기 때문에 크루즈 의원은 투표 시간이 되면 연단을 내줘야 한다.
크루즈 의원의 행동에 대해 공화당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공화당 의원들은 오바마케어에는 반대하지만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해 정작 정부폐쇄에 이를 경우 비난 여론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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