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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9월 26일] 군대의 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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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9월 26일] 군대의 명령

입력
2013.09.25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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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군대 얘기를 거의 안 하는 남자에 속한다. 그런데 어젯밤, 연예인들의 입영체험을 다룬 TV 프로그램을 보다가 십수 년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사단 ATT(Army Training Test) 훈련을 나갔던 날의 기억이다. 나는 제대를 두세 달 남겨둔 내무반장 겸 선임분대장으로 40여 명의 부대원들을 통솔하고 있었는데, 정해진 시간 안에 진지용 막사를 구축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우리는 한 시간 안에 지휘소를 비롯 텐트 여섯 동을 쳐야 했다. 나는 이미 여러 차례 ATT에 참여하면서 전역한 선임병들이 해온 모습을 봐온 터라 그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50분 만에 진지용 막사를 완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남은 건, 배수로를 파는 일뿐이었다. 폭우에 대비, 텐트 주위에 물길을 내는 일말이다. 그 일까지 마무리하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정확히 채울 수 있는 상황이었다.

내가 서둘러 배수로 조성을 부대원들과 하려고 하자, 중대장이 제동을 걸었다. 시간도 얼마 안 남았으니 배수로는 파지 말자는 것이었다. 나는 그것이 옳지 않은 판단임을 알고 있었지만 명령을 거역할 수 없었다. 얼마 뒤 대대장의 순시가 있었다. 우리가 구축한 막사를 둘러본 대대장의 입에서는 득달같이 다음과 같은 말이 흘러 나왔다. "막사를 아무리 빨리 구축하면 뭐하나. 배수로도 없는데. 이게 무슨 막사야."

소설가 김도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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