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전투기(F-X) 기종 단독 후보로 추천된 미국 보잉사의 F-15SE가 막판 고비를 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애초부터 '스텔스기'로 설계되지 않은 구형 전투기란 점이다.
스텔스는 형상 설계와 동체 재질, 레이더파 흡수를 위한 특수 도료, 레이더파 난반사 코팅 등을 통해 레이더 반사 면적(RCS)을 줄여 적 레이더망에 의한 탐지 가능성을 줄이는 기술이다. 전 공군참모총장 15명이 최근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낸 건의문에서 "스텔스 기능을 갖춘 전투기는 은밀한 침투가 가능해 적에게는 심리적인 압박과 공포를 안겨줄 수 있기 때문에 가공할 억제력으로 평가된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F-15SE는 탐지거리가 200㎞가 넘는 최첨단 능동전자주사식(AESA) 레이더 'APG-82'를 장착한 데다 현존 전투기 가운데 가장 많은 무장 탑재 능력을 갖춘 전투기다. 특히 비(非)스텔스기라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무장을 내부에 탑재하도록 기존 기체를 개조했다.
그러나 기체 형상부터 스텔스 기능을 염두에 둔 5세대 전투기가 아니라는 태생적 한계가 결국 발목을 잡았다. F-15SE는 부분적(항공기 전면)으로만 스텔스 기능이 적용된 전투기인 반면, 미 록히드마틴사의 F-35A는 미 공군 주력기 F-22처럼 스텔스기 형상으로 설계됐다.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이 스텔스기를 속속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F-15SE엔 불리한 점으로 작용했다.
스텔스에만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주변국 스텔스기의 위협은 2020년대에야 가시화하는 데다 스텔스 잡는 레이더가 개발되면 소용 없는 기능이 된다는 것이다. 방위사업청도 배포 자료를 통해 "스텔스 성능이 전쟁 초기에는 높은 임무 성공률과 생존성을 위해 꼭 필요할 수 있으나 공중우세 확보 후에는 무장 능력과 장거리 작전 능력이 더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