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밤섬(18호)에 이어 세계적 물새 이동지인 한강하구(경기 고양, 파주, 김포 일대 60.7㎢)를 국내 19번째 람사르습지로 등록하기 위한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환경부와 정의당 심상정 의원실이 정책토론회를 열고 지자체 등의 반대 목소리를 설득하는 등 연내 등록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람사르습지는 168개국이 가입한 람사르협약(물새서식지로서 특히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에 따라 국제적 가치를 인정받는 습지다.
24일 환경부에 따르면 장항습지, 산남습지, 시암리습지를 아우르는 한강하구는 저어새, 흰꼬리수리 등 멸종위기종 31종을 비롯 1,300여종의 동식물이 서식해 람사르협약에 따른 습지 등록 9가지 기준 가운데 5가지를 충족한다. 최종원 환경부 자연정책과장은 "한 가지 기준만 충족해도 등록 요건이 갖춰지는 것을 감안하면 한강하구는 람사르습지 지정에 손색이 없다"며 "홍수피해와 어로활동 제약 우려로 반대하는 지자체를 설득 중인데 올해 안에 신청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5월에는 아나다 티에가 람사르협약 사무총장이 한강하구를 방문, 람사르습지 등록에 긍정적 의사를 표하기도 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등록된 람사르습지는 총 2,160곳으로 우리나라는 1997년 강원 인제 대암산 용늪을 시작으로 현재 18곳이 등록돼 있다. 람사르습지로 등록되면 국제적으로 보전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상징적 의미 외에 정부차원의 습지 조사, 복원계획, 기반시설 설치 등 전반적인 관리계획이 이뤄진다. 1998년 람사르습지가 된 창녕 우포늪의 경우 훼손지 복원과 자연환경보전이용시설 건립 등에 국가예산 160억원이 투입됐다. 2008년 경남 창원에서 제10차 람사르총회가 열린 것을 계기로 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탐방객이 증가,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효과도 있다. 순천만(2006년 등록)은 탐방객이 2006년 70만명에서 2010년 300만명으로 늘었고 경제적 효과도 240억원(2006년)에서 1,200억원(2010년)으로 증가했다. 람사르습지 등록은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환경부가 람사르협약 사무국에 신청서를 제출하면 되는데 승인되기까지 통상 2개월이 걸린다. 기본 요건만 충족하면 대부분 승인된다.
현재 관계부처인 해양수산부, 국방부와의 협의는 끝난 상태로 국토교통부와 일부 지자체와의 협의가 마지막 관문으로 남아 있다. 과거 홍수피해가 많았던 파주시와 국토부는 람사르습지 등록으로 치수사업이 제한될 수 있다는 이유로, 어민이 많은 김포시는 어로활동에 대한 제약이 우려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우제 국토부 하천계획과장은 "람사르습지 등록으로 국제적 보전압력이 높아지면 홍수예방을 위한 하천정비가 곤란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4~5년에 한번씩 사무국에 습지 위치, 면적, 생물 등의 정보 보고 의무만 있을 뿐 협약상 별도 규제는 없기 때문에 필요한 경우, 치수사업은 물론 어로행위도 가능하다"며 "이해관계자들과 지속적으로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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