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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트푸어의 비애

입력
2013.09.24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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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2개, 거실 하나 원하시면 아파트 말고 빌라로 가세요."

최근 직장인들이 많이 모이는 디지털카메라 동호인 사이트(slrclub.com)에선 전셋집을 두고 토론이 벌어졌다. 요즘 인터넷에서 흔히 보이는 풍경이다. 먼저 네티즌A가 1억5,000만원으로 서울 신혼집을 구한다는 글을 올리자 다른 사람들이 아파트 대신 빌라(연립주택)를 알아보라고 조언한 것. 연달아 네티즌B가 "1.5발(1억5,000만원)로 살 만한 동네에 아파트 구한다는 발상 자체가 지금 에러"라고 쐐기를 박았다.

치솟는 아파트 전셋값에 쫓겨 빌라 오피스텔 등으로 전셋집을 옮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 잇단 정부대책이 전셋값 상승을 막지 못하는 사이 셋집살이를 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의 주거환경이 점점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2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7, 8월 전국 비아파트 전월세 거래는 전년동월대비 각각 11.1%, 8.9% 증가한 반면, 아파트는 7월은 0.7%, 8월은 6.1% 감소했다. 지난해 9월부터 10월까진 아파트 전월세 거래 증가율이 0.7~9.2%까지 비아파트 전월세 거래 증가율을 앞섰지만 올해 들어선 상황이 바뀐 것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치솟은 아파트 전셋값이 부담스러운 가구나, 1∙2인 가구가 저렴한 비아파트 전세를 선택하거나 월세를 선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KB국민은행 시세에 따르면 8월 전국 아파트 3.3㎡(1평)당 전세가격은 675만원으로 단독주택 전세가격의 2배가 넘는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3.3㎡당 1,114만원에 달한다. 반면 연립주택은 3.3㎡당 681만원, 단독주택은 534만원이다. 빌라, 연립주택 전셋값이 싼 것은 주거환경이 아파트에 비해 열악하기 때문. 서울 송파구에 살다가 3년 전 경기 구리시로 이사간 신모(41)씨는 "아파트 전셋값이 너무 뛰어서 주변 빌라를 알아봤는데 주변 환경이 답답해 탈 서울 하게 됐다"고 말했다.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내부가 어둡고, 저층이라 안전도 걱정됐다는 것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빌라, 단독주택 밀집지역은 범죄율이 높고, 편의시설도 부족한 곳이 많다"면서 "정부가 주거환경 개선에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가 집계한 8월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 비중은 33.8%(1만6,754건)으로 정부가 전월세 거래 통계를 시작한 2011년 이후 월별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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