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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 쌓고 학원도 다녀야 하고… "1년 취업준비에 10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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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 쌓고 학원도 다녀야 하고… "1년 취업준비에 1000만원"

입력
2013.09.24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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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성시험은 사실 수능과 같아요. 언어, 수리, 직무상식 등을 평가하는데 워낙 어렵기 때문에 기업당 2권 이상 교재 사서 풀어봐야 하는 건 기본이고 10만원 넘는 인터넷강의도 많이 들어요. 오죽하면 취업 준비 3년 하면 대기업 1년치 연봉이 날아간단 이야기가 나오겠어요."(모 대학 경제학과 4학년 이모씨ㆍ25)

"통신사에서 최근 인턴을 했어요. 그런데 20명도 안 되는 인턴 가운데 인터넷 쇼핑몰, 교육 관련 사업 등 개인 사업을 한 친구들이 더러 있어 놀랐죠. 실제 창업이 목표가 아니라 스펙을 쌓기 위해서죠. 해외봉사활동도 일회적인 게 아니라 아예 오랫동안 해외에 머물면서 별의별 경험을 다 하더라구요.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창업까지 스펙으로 활용되는 판이니 도대체 어디까지 준비해야 하나 싶어요."(모 대학 공대 4학년 정모씨ㆍ24)

가히 취업은 전쟁이다. 취업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돈과 시간도 아낌없이 써야 할 판이다. 청년실업으로 취업희망자들은 늘어나는데, 이들을 뽑아줄 대기업들의 취업문턱은 점점 더 높아지고 선발방식은 점점 더 까다로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취업 전쟁에 뛰어든 '취업전사'들은 정도 차만 있을 뿐 고충과 애로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적성은 따지지도 마라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취업전선에 뛰어든 김상혁(25ㆍ가명)씨는 합격여부가 중요할 뿐, 애초 희망이나 적성은 이미 고려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A그룹에 응시할 예정인데 보안관련 계열사에 지원해야 할 것 같다. 원래는 카드사나 다른 금융 계열사쪽에서 일하고 싶었지만 이쪽은 워낙 경쟁률이 높아 결국 1%도 관심 없었던 보안업체에 지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평소의 꿈과 다르고, 적성이 안 맞더라도 경쟁률이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에 써야 취업이 될 것 같기 때문이란 얘기다.

특히 올 들어 부쩍 줄어든 채용규모가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주고 있는 상황. 취업 재수생 이재원(26)씨도 "일단 지원할 때 많이 뽑는 분야에 눈길이 가는 게 사실"이라며 "인원을 많이 뽑는다는 이유로 적성과는 무관하지만 영업부문에 지원하는 친구들이 수두룩하다"고 답했다.

채용문이 '바늘 구멍' 같다 보니 불안한 마음에 '묻지마 지원'도 다반사다. 경쟁률이 높아 인사담당자 조차 "우리 회사에만 넣지 말고 여기 저기 많이 내라"고 조언할 정도. 취업 삼수생인 김모(25)씨는 "올 상반기에 지원서를 낸 곳이 무려 75곳이나 된다"면서 "막무가내로 뿌리는 게 별 소득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어 결국 하반기에도 50군데나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매년 바뀌는 전형기준

몇몇 기업들이 '탈 스펙'을 지향하며 새로운 잣대를 들이밀거나 인ㆍ적성시험 유형을 바꾸는 것도 사실 취업 준비생들에게는 고통이다. 매년 바뀌는 입시나, 매년 바뀌는 입사전형이나 결국은 똑같다는 얘기다. 이희정(27)씨는 "학점 영어 점수 등 스펙을 안 본다고 하는데 버젓이 그런 것들을 쓰는 칸이 있어 스펙은 스펙대로 준비하고 그 외 보여줄 무언가를 준비해야 한다"며 "5분 자기소개를 통과하면 서류를 면제해 주는 전형이 있어 본 적이 있는데 결국 튀는 행동으로 눈에 띄자는 식이어서 회의감이 들었다"고 전했다. 김모(25)씨는 "모 대기업에서 최근 새로운 방식의 인ㆍ적성시험을 도입했는데 시중에 참고할 만한 책이 없어 답답하다"며 "아무리 전형과 시험방식을 바뀌어도 그에 맞는 강의를 듣고 책을 봐야 하는 건 똑같다"고 말했다.

호주머니를 털어라

비용 부담도 적지 않다. 기업들의 요구 수준이 높아지고, 요구 조건도 기업들마다 제각각인 상황에서 혼자 힘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게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학원도 다녀야 하고, 아니면 인터넷 강의라도 들어야 하고, 하다 못해 교재도 구입해야 한다. 돈이 없으면 취업준비도 하기 힘든 형편이다.

웬만한 대기업은 다 지원해봤다는 홍모(26)씨는 "기업에 대한 이미지를 설명하라는 등 자기소개서에 써야 할 항목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자기소개서 컨설팅, 자기소개서 첨삭가이드 등을 찾게 되는데, 인터넷으로 하는 건 5만원 안팎이고 대면해서 하는 건 1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까지 받는데도 있다"고 말했다. 정모(24)씨 역시 "하반기에 15곳에 지원했는데 보통 인ㆍ적성시험 대비서만 기업당 2권 정도씩 구입해야 한다"며 "교재가 2만원 안팎이라 15군데 시험을 보려면 책값만 최소 30만원이상 들어간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실제로 취업 관련 수험서는 올 들어 5년 전에 비해 불티나게 팔렸다. 24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취업논술서의 경우 매출이 5년 전과 비교해 5배 가까이 늘었고, ▦사기업 직무적성검사(170%) ▦자기소개서 및 이력서(120%) ▦취업전략(90%) 등도 판매량이 크게 급증했다.

물론 이렇게 한다고 해서 합격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교재와 강의에 의존했다가는 결국 실패하는 수가 많다. 결국 좀 더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 취업컨설턴트는 "모범생 타입의 준비생들은 튀는 인재보다는 성실한 인재를 선호하는 기업에 지원하고, 본인 색깔이 강하고 끼가 많은 타입이라면 탈스펙화 전형을 시도하는 기업에 지원하는 게 그나마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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