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절차상 하자 없이 진행된 제3차 차기 전투기(F-X) 사업을 원점에서 재추진하기로 결정하면서 대외적 신인도에는 부정적 영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애초에 공군이 원했던 스텔스기 F-35A 선정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여전히 예산 증액은 불투명해 걸림돌이 되고 있다.
부정적 보수 여론에 막판 뒤집혀
방위사업추진위원회가 24일 공군의 전력공백을 감수하면서까지 단독 후보로 추천된 F-15SE(미 보잉)의 선정을 부결한 것은 예산을 늘려서라도 스텔스기를 구매해야 한다는 보수층의 여론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기종은 1970년대 개발된 구형 전투기(F-15)를 개량한 것이어서 노후 기종이라는 지적이 사업 초반부터 끊이지 않았다. 기체를 변형하고 도료를 새로 칠해도 적의 레이더망을 피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앞으로 30년 이상 한국 영공을 책임질 차기 전투기로는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내심 스텔스 기능이 뛰어난 F-35A(미 록히드마틴)를 원하던 공군이 "예산을 더 늘릴 수 없다"는 정부의 압박에 F-15SE를 수용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자 예비역 장성들이 총대를 멨다. 지난 12일 역대 공군 참모총장 15명이 박근혜 대통령과 김관진 국방부 장관에게 F-15SE 반대 건의문을 전달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오태식 방위사업청 사업관리본부장은 "변하는 작전 환경을 고려할 때 최선의 선택인지 한 번 더 짚어보고자 재추진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보잉사가 국내 주요 방위사업을 독식한다는 비판도 의식한 것으로 여겨진다. 보잉사는 차기 전투기 1ㆍ2차 사업(F-15K)과 공중조기경보기(E-X), 육군의 대형공격헬기(AH-X) 도입 사업에서 모두 최종 입찰자로 선정됐다.
절차 하자 없어 대외신인도 하락 우려
그러나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한 사업을 원점으로 되돌려 대외적인 국가 신인도는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성능이 뛰어난 F-35A가 국방부의 사업예산을 크게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경쟁입찰을 통해 가격을 깎을 수 있을 것이라 낙관했던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의 안이함이 결국 제무덤을 판 셈이다. 정부는 1차 F-X 사업 때도 종합평가 1위였던 프랑스 다소의 라팔 대신 F-15K를 선정해 비난을 샀다.
보잉사도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분위기다. 보잉사는 F-15SE 선정 부결 결정 직후 성명서를 내 "그동안 방사청에서 정한 모든 절차를 엄격하게 준수해 왔는데, 방추위의 이번 결정에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결정에 대한 방사청의 보다 명확한 설명을 기다린다"며 F-15SE 탈락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F-35A로 가나… 문제는 예산
사업이 재추진되면 결국 사업비 초과로 제외됐던 F-35A가 유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전히 문제는 예산이다. 록히드마틴은 F-35A 60대분 가격으로 10조2,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의 예산 규모(8조3,000억원)에서 약 2조원을 추가 확보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예산 부족으로 복지공약 축소까지 나선 마당에 정부가 과연 이렇게 많은 예산을 증액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방사청은 "사업을 재공고할 때 사업비 조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으나 예산확보가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예산이 증액되지 않으면 예산한도 내에서 가능한 대수를 먼저 들여온 뒤 후속 사업으로 추가 구매하는 분할구매가 가능하다. 또는 보잉사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F-15SE와 F-35A를 혼합구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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