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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택 신화의 퇴장… 휴대폰 정글서 결국 무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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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택 신화의 퇴장… 휴대폰 정글서 결국 무릎

입력
2013.09.24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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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회사 영업사원으로 출발해 삐삐→ 휴대폰 제조 급성장… 연매출 3조원대 키웠지만자금력 앞세운 글로벌 기업 보조금 싸움에 한계 노출 워크아웃 졸업 1년 만에 백기직원 30% 10월부터 무급휴직, 월 판매 목표도 15만대 줄여 "끝까지 책임 지지 못해 죄송"

박병엽 팬택 부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샐러리맨 신화의 주역으로서 워크아웃을 딛고 오뚝이처럼 일어났지만, 전쟁터나 다름없는 휴대폰시장에서 자금력과 브랜드파워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자리에서 내려오게 됐다.

팬택에 따르면 박 부회장은 24일 산업은행 등 주주협의회 소속 채권은행들을 방문, 사의를 표시했다. 박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끝까지 책임지지 못해 채권단과 주주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경영이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직원들이 고통을 감내하는 것을 지켜만 볼 수 없어 사임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25일 직원들에게도 사퇴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힐 예정이다.

박 부회장은 워크아웃 이후 7~8년간 쉼 없는 강행군을 해온 탓에 건강도 많이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부회장은 무선전화기를 판매하던 맥슨전자의 영업사원에서 출발해 CEO까지 오른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기업인으로, '샐러리맨의 우상'으로 불렸다. 그는 1991년 전셋돈 4,000만원을 빼내 '삐삐'로 통하던 무선호출기 회사 팬택을 차리며 사업가가 됐다. 이후 휴대폰사업을 시작했고, 예전 현대전자의 휴대폰 브랜드 큐리텔과 SK텔레콤의 휴대폰제조업체 스카이를 인수해 연 매출 3조원대 규모로 키웠다. 러시아 일본 등 해외시장까지 진출하며 빠른 성장세를 구가했지만, 자금력을 앞세운 글로벌 기업들의 마케팅 공세를 넘지 못하고 결국 2007년 기업개선 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워크아웃 당시 그는 모든 지분을 포기, 대주주 아닌 전문경영인 자격으로 팬택을 계속 이끌었다. 그 결과 워크아웃 상태에서도 경이적인 20분기 연속흑자 기록을 세우며 조기졸업에 성공했다. 이후 세계적 통신칩 회사 퀄컴으로부터 지난 2월 2,300만 달러(약 250억원), 그리고 5월에 경쟁사이기도 한 삼성전자로부터 530억원의 지분투자를 받아내는 놀라운 경영수완을 발휘했다.

하지만 글로벌 휴대폰시장이 삼성전자와 애플로 양분되고, 국내시장은 보조금 싸움으로 치닫자 팬택은 점차 한계를 노출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이 지배하는 국내 시장은 결국 돈 싸움이 될 수 밖에 없다. 실탄이 없는 팬택으로선 구조적으로 버티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팬택은 박 부회장의 퇴진에 따라 이준우 부사장이 경영을 맡아 '생존을 위한 비상모드'로 들어간다. 전체 직원의 약 30%에 해당하는 800명 정도가 다음달부터 6개월 순환 무급휴직을 실시한다. 팬택 관계자는 "국내시장에서 월 35만대 판매를 목표로 했는데 월 20만대 수준까지 낮출 계획"이라며 "극히 미미한 해외시장 또한 확대하지 않고 현 수준을 유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투자유치 등을 통해 유동성위기를 극복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박병엽 없는 팬택'의 미래에 대해 시장에선 불안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

박 부회장은 당분간 특별한 계획 없이 건강을 추스를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자신이 만들고 키워온 팬택인 만큼, 당장 경영일선복귀는 어렵더라도 '장외'에서 기업회생을 위해 일정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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