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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전쟁

입력
2013.09.24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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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취업준비생 김모(25)씨는 올 취업시즌 가장 먼저 입사합격자 발표를 한 두 대기업으로부터 모두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그는 상반기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올 봄 무려 75개 회사에 원서를 냈지만 1차 관문인 서류전형을 통과한 곳은 4곳 뿐이었고, 그나마 인ㆍ적성검사와 면접을 거치면서 모두 고배를 마셔야 했다. 이번 가을 40여곳 정도에 또 다시 원서를 낼 계획이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는 눈치다. 그는 “시간도 많이 들고 돈이 많이 들고 무엇보다 취업준비와 시험과정을 통해 사람 자체가 피폐해진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2면

올해도 어김없이 입사전쟁이 시작됐다. 취업전문 사이트 사람인에 따르면 취업을 위해 학원, 기관 등에 등록했거나 수강 중인 취업준비생들은 약 58만명. 이들은 “입시전쟁보다 훨씬 치열한 게 입사전쟁이고 입시지옥보다 더 끔찍한 게 입사지옥”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학입시야 내신과 수능 한번으로 족하지만 대기업 입사는 한 달여 사이에 수십군데 시험을 봐야 한다. 더구나 서류전형-인ㆍ적성시험-면접으로 이어지는 3단계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데다 대기업마다 요구하는 조건이 워낙 복잡하고 달라 서적구입, 강의수강 등 시간과 돈이 훨씬 더 많이 든다.

가장 힘든 벽은 1단계인 자기소개서를 포함한 서류전형. 김씨의 경우 ▦학점 4.2점 ▦토익 920점 ▦영어 말하기시험 오픽 IH(IM, IL보다 높은 상위 등급) ▦대기업인턴 경험 1회의 성적과 경력보유자다. 스스로 쓴 자기소개서가 부족하다 싶어 돈을 내고 취업사이트에서 첨삭지도까지 받았지만 결국 낙방했다. 그는 “이 스펙에 나도 내가 왜 떨어졌는지 모르겠다”면서 “이번 추석 연휴도 4개 회사의 자기 소개서를 쓰느라 도서관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인ㆍ적성 시험은 ‘괴물’ 같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화여대 경력개발센터 관계자는 “기업마다 스펙 탈피를 위해 앞다퉈 인ㆍ적성검사를 도입하고 있지만 내용도 제각각이고 더구나 기준이 뭔지 똑 부러지게 밝히지 않는다”며 “더 혼란스러워 졌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들은 그러나 이런 인ㆍ적성 시험 준비하느라 십 만원 넘는 인터넷 강의도 듣고, 2~3만원 하는 문제집도 수 십 권을 풀어야 한다.

2년 째 취업 준비 중인 차모(27)씨는 “1년 취업준비에 대략 1,000만원 정도는 든 것 같다. 차라리 대학수학능력시험 준비하는 게 대기업 입사준비보다 낫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특히 올 가을 공채 시즌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상황. 공기업과 금융권이 채용인원을 10~20% 가량 줄였고, 대기업들도 동결 내지 소폭 축소 추세다. 그러다 보니 과정은 더 힘들고, 채용 확률은 더 낮아졌는데 KT의 경우 300명 모집에 4만5,000명이 몰려 역대 최고인 150대1을 기록하기도 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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