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와, 농축 우라늄의 원료인 육불화 우라늄을 자체 기술로 생산할 능력을 갖췄다는 분석이 미국에서 나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따른 북한 제재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기체 상태의 육불화 우라늄을 원심분리기에 넣어 90% 이상으로 농축해 20~25㎏을 모으면 핵무기인 우라늄탄 1개를 만들 수 있다.
미국의 핵확산 전문가인 조슈아 폴락과 매사추세츠공대(MIT) 원심분리기 전문가인 스콧 켐프 박사는 23일(현지시간) 북한이 농축 우라늄을 독자 생산할 수 있는 기술과 재료를 2009년부터 확보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두 전문가는 북한의 학술 논문과 특허 정보, 대외 선전 자료 등을 분석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폴락은 "북한의 능력을 100% 확신할 수는 없으나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북핵 개발을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정책들이 종료될 수 있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원심분리기 시설은 쉽게 감출 수 있어 외부 추적이 불가능, 북한이 스스로 공개하지 않는 이상 국제사회가 우라늄 농축 능력을 검증할 수단이 없다.
두 사람은 북한의 농축 능력과 관련해 ▦원심분리기 제작에 쓰는 마레이징 강철 ▦우라늄 선별에 필요한 특수자석 ▦원심분리기 부품 제작을 위한 특수 공작기계 ▦원심분리기 내부를 진공상태로 만드는 펌프기 ▦원심분리기 회전을 제어하는 주파수 인버터 등 핵심 부품을 북한이 자체 생산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육불화 우라늄의 경우 북한의 과학자가 논문에서 2004년 실험실 규모의 생성 기술을 구비했다고 밝힌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번 연구는 최근 공개된 북한의 농축 능력 확대와 거의 일치한다. 지난달 미국의 과학국제안전보장연구소(ISIS)는 북한이 영변 핵시설 내 우라늄 농축시설을 2배 규모로 확장, 연간 16~68㎏ 규모의 핵무기 급 농축우라늄을 생산할 능력이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북한은 앞서 2010년 미국 핵물리학자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를 초청해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하고 2,000기의 원심분리기를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폴락은 25일 서울에서 열리는 아산정책연구원 주최 '제1회 아산 북한회의 2013'에서 연구결과를 발표하기에 앞서 자신의 블로그와 미국 언론에 그 내용을 미리 공개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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