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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은 토막 시신으로…

입력
2013.09.24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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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모자(母子) 실종 사건'이 도박 빚에 시달리던 차남에 의한 존속 살인사건으로 일단락됐다. 모자는 실종 40여일 만에 모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고 피의자인 차남 정모(29)씨는 형을 토막 살해했다고 인정하는 등 범행을 일부 시인했다. 경찰은 정씨를 상대로 정확한 살해동기와 범행수법, 공범 가담 여부를 조사중이다.

인천 남부경찰서는 24일 오전 7시50분쯤 경북 울진군 서면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에서 실종된 장남 정화석(32)씨 시신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시신은 발견 당시 세 부분으로 절단돼 땅에 묻혀 있었다. 피의자인 차남 정씨는 "(형의 체중이 무거워) 도저히 들 수 없어서 그랬다"며 시신 훼손 사실을 시인했다. 정씨는 이날 존속살해·살인·사체 유기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경찰 관계자는 "차남 정씨가 어머니 시신이 발견되고 수사망이 좁혀오자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오늘 새벽 범행을 자백하고 시신 유기 장소를 알려줬다"고 말했다. 경찰은 앞서 23일 차남 정씨의 부인 김모(29)씨의 진술을 토대로 강원 정선군 야산에서 수색작업을 벌여 어머니 김모(58)씨 시신을 찾아냈다.

경찰은 차남 정씨가 어머니와 형이 실종된 지난달 13일쯤 이들을 차례로 살해하고 시신을 정선과 울진에 각각 유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정씨는 형을 살해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어머니 살해에 대해서는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정씨는 부인의 범행 가담 사실도 부인했다.

경찰은 도박에 빠져 금융기관과 친인척에게 8,000만원 상당의 빚을 지는 등 생활고에 시달린 데다 금전문제, 고부갈등으로 어머니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정씨가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가 5~7월 살인, 실종사건을 다룬 시사고발 프로그램 29편을 인터넷에서 내려 받아 본 것을 확인했다"며 "프로그램 중에는 장남이 아버지를 잔인하게 살해한 뒤 경기 파주시 야산에 암매장한 '여우고개 살인사건'을 다룬 것도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정씨가 '살인', '실종', '가족명의주택담보대출' 등을 검색했던 컴퓨터를 지난달 11일 포맷해 흔적을 지우려 한 점, 범행 전 면장갑과 청테이프, 다량의 락스를 구입한 점 등으로 미뤄 사전에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경찰이 지난달 16일 실종신고를 받고 어머니 김씨의 집을 방문했을 때 집 안은 락스 냄새로 가득했다. 경찰은 정씨가 혈흔 등 흔적을 지우기 위해 락스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했다. 정씨는 시신을 옮기는데 사용한 형의 혼다 시빅 차량에 있던 내비게이션과 블랙박스의 메모리카드도 모두 폐기했다. 때문에 경찰은 차남 정씨 부인의 진술에 따라 어머니 시신을 발견하기 전까지 범행 도구 등 직접 증거를 찾아내지 못해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경찰 관계자는 "차남 정씨가 지난달 22일 유력 용의자로 긴급 체포됐을 당시 함께 유치장에 있던 A(23)씨에게 '(내가) 엄마와 형을 죽였다. 혈흔도, 시체도, 증거도 없다. 시체를 유기했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정씨의 묵비권 행사로 수사가 미진했던 부분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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