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 위기에 몰린 동양그룹이 미래핵심사업을 맡을 주력계열사까지 팔기로 했다. 그룹 창업주의 미망인도 사재를 모두 내놓기로 했다.
동양그룹은 4일 동양파워 지분을 전량 매각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동양파워는 동양그룹이 가전 시멘트 등 기존 사업을 정리하는 대신 화력발전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추진하기 위해 2011년 말 설립한 회사. 동양파워는 올 2월 삼척화력발전사업자로 선정돼 지난 7월 정부로부터 공식 승인까지 받았다. 동양은 유동성 위기가 닥치자 동양파워 지분 49%를 시장에 내놓았는데, 자금난이 심화하고 믿었던 오리온그룹측의 지원도 무산되자 결국 급한 불을 끄기 위해 100% 팔겠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동양그룹 관계자는 "화력발전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매수자가 원한다면 보유지분을 다 넘길 수 있다"며 "그룹을 살리는 게 가장 중요한 만큼 경영권을 위해 굳이 51%의 지분을 남길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동양파워의 가격은 대략 8,000억~1조원 수준. 동양그룹이 생존을 위해선 연내 7,000억~8,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한 만큼, 동양파워 지분매각만 성사된다면 큰 위기는 넘길 수 있다는 게 동양그룹 측 판단이다. 하지만 워낙 덩치가 큰 회사인데다, 급매물로 나온 만큼 제값을 받을 수 있을 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해 보인다.
현재 동양그룹이 연내 만기 도래하는 채권은 6,241억원. 이중 개인투자자들에게 판매한 4,9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가 가장 큰 문제다. 금융기관 대출은 만기연장이 가능하지만, 개인보유 CP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특히 그룹 중간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비상장계열사인 동양인터내셔널과 동양레저의 CP 상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그룹 전체 경영권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한편 동양그룹 내에서 '어른'으로 불리는 이관희 서남재단 이사장도 1,500억원 정도의 사재를 내놓기로 했다. 이 이사장은 동양그룹 창업주인 고 이양구 회장의 미망인으로,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장모다.
동양그룹에 따르면 이 이사장이 지난해 오리온주식 2.66%(15만9,000주)를 동양네트웍스에 무상 대여했는데, 이를 아예 증여키로 했다. 시가 1,537억원 규모다. 이로써 동양네트웍스의 부채비율은 6월말 기준 723%에서 150% 이하로 떨어져 자금조달 여력이 커지게 됐다. 회사 관계자는 "현 회장은 이미 사재를 모두 털어 넣었기 때문에 더 이상 내놓을 주식이 없다"면서 "그룹 위기해소에 오너일가가 책임을 진다는 취지에서 이 이사장이 사재를 출연했다"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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