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간) 개막한 제68차 유엔총회에서 단연 주목을 받는 지도자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다. 이란 핵 갈등을 해소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한편으론 이스라엘을 안심시키면서도 이란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성을 보이는 것도 이런 배경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모하마드 하타미 전 이란 대통령은 23일 영국 일간 가디언 기고를 통해 "로하니 대통령은 핵 문제를 비롯해 서방과 이란의 이견을 해소할 권한을 갖고 있다"며 "로하니의 이번 유엔 방문은 서방과 이란 모두에게 특별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성직자 출신 정치인인 로하니는 이란 내 개혁 세력의 대표 주자로 과거 하타미 정부에서 이란 핵협상단 수석 대표를 지냈다. 하타미는 "서방과 이란이 서로 관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협상이 실패하면 양측 극단주의자들의 입장을 강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로하니는 서방과의 건설적 관계 개선을 위해 이란 사회 전체를 변화시킬 준비가 돼 있다"며 "이는 (최근 서방 사회에 유화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하타미는 기고문과 비슷한 내용의 서한을 이란의 저명인사 500명의 서명을 받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보냈다.
로하니 대통령은 출국에 앞서 "이번 유엔 방문을 통해 이란의 진정한 얼굴을 드러내고 이란 핵을 둘러싼 갈등을 끝내기 위해 서방과 대화할 것"이라고 웹사이트에 글을 올렸다. 이란 정부는 로하니의 유엔 방문에 맞춰 정치범 80명을 석방했다.
미국에서도 긍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유엔총회가 주목 받는 이유' 8가지를 꼽으며 이중 절반을 이란 관련 내용으로 채웠다.
WP는 "로하니 대통령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의 반(反)서방 강경 노선이 이미 끝났다는 신호를 여러 차례 보냈다"며 "이번 총회에서 이란이 새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신문은 또 '이란에 대한 오바마의 관심' 역시 주요 관전 포인트로 거론하며 "오바마가 총회에서 '이란의 유화책이 우라늄 농축을 위한 시간 끌기'라는 의혹을 갖고 있는 이스라엘을 안심시킬 것"이라면서도 "오바마가 이란과의 긴장 완화라는 목표를 이룰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고 전했다.
오바마와 로하니의 회동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AFP통신은 이날 백악관 관리를 인용해 "두 사람이 유엔총회 기간 회동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이 경우 1979년 이후 34년 만에 양국 정상 회동이 이뤄지게 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24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이란 핵 문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며 로하니 대통령도 기조연설을 할 계획이다. 26일에는 양국 외교장관들이 34년 만에 회담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란에 유화적 제스처를 보내는 미국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있다고 WP는 내다봤다.
영국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단체 '아바즈' 조사 결과 미국인의 74%, 이란인의 80%가 양국 정상 회동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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