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국책사업인 4대강 살리기 사업에서 대형 건설회사들이 조직적인 입찰 담합으로 거액의 부당이득을 챙긴 사실이 검찰 수사로 재확인됐다. 업계에서는 4대강 사업에 참여한 건설회사들이 담합을 통해 빼낸 혈세를 1조원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들러리업체 내세워 입찰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여환섭)는 24일 4대강 사업에 참여한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삼성물산, 대림산업, GS건설, SK건설, 포스코건설, 현대산업개발, 삼성중공업, 금호산업, 쌍용건설 등 11개 건설업체의 전ㆍ현직 임원 22명을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및 형법상 입찰방해 혐의로 기소하고 이 중 6명을 구속했다. 검찰은 김중겸 전 현대건설 사장과 서종욱 전 대우건설 사장도 재판에 넘겼다.
검찰 조사결과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SK건설 등 상위 6개사는 2008년 12월 정부가 4대강 사업에 착수하자 막후 협상을 통해 경쟁 없이 공사물량을 나눠 갖기로 합의했다. 6개 건설사는 공사지분을 보장해주는 조건으로 19개 건설회사 모임을 결성해 입찰경쟁을 원천봉쇄했다. 결국 담합을 통해 2009년 정부에서 발주한 14개 보 공사 입찰에서 8개 건설회사가 들러리업체를 내세워 공구를 나눠 가졌다.
이들은 설계와 가격점수를 합산해 낙찰자를 결정하는 입찰방식의 맹점을 이용했다. 들러리업체들은 설계점수를 낮게 받으려고 일부러 완성도가 떨어지는 속칭 'B설계'로 응찰하고 가격은 낙찰이 예정된 건설사 요구대로 써줬다. 들러리로 입찰한 한 건설회사는 수자원 분야 설계 경험이 없는 설계업체를 선정해 B설계를 수행하게 함으로써 고의적으로 탈락했다. 일부 들러리업체는 심사위원들에게 졸속 설계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 최종 설계도 곳곳에 종이를 오려 덧붙여 수정하는 '따붙이기'까지 동원했다. 건설회사들의 이 같은 담합행위로 최종 낙찰금액은 대부분 발주처 예정가격의 90%를 넘었다. 검찰 관계자는 "공구배분과 들러리 입찰은 입찰제도를 무력화시킨다는 점에서 담합 중에서도 가장 가벌성이 높은 유형"이라고 강조했다.
비자금 사용처 수사 계속
담합 수사가 마무리됨에 따라 검찰 수사의 무게중심은 건설회사들과 설계업체들의 비자금 사용처로 옮겨질 전망이다. 검찰은 담합을 주도한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해 정치권이나 심사위원, 발주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등에게 제공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용처를 추적하고 있다. 국내 최대 설계감리업체인 김영윤(69) 도화엔지니어링 회장이 비자금 463억원을 조성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지만 일부 사용처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비자금 수사는 계속할 것이며 단서가 확보되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건설업체들이 4대강 사업뿐 아니라 경인운하 및 인천지하철 2호선 공사과정에서도 담합을 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확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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