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수도 나이로비의 웨스트게이트 쇼핑몰에서 벌어진 테러 인질극에 대한 진압 작전이 사건 발생 사흘째에 마무리 단계로 들어갔다. BBC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마노아 에시피수 케냐 정부 대변인은 이날 "특수부대가 쇼핑몰 전체를 장악했고 붙잡혀 있던 인질 모두를 대피시켰다"며 "건물 내에 인질이 남아있을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조셉 올레 렌쿠 내무장관도 기자회견에서 "테러범들 일부가 도망치거나 숨어있지만 쇼핑몰 전체가 우리 군의 통제 하에 들어왔다"며 "진압작전이 거의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23일 오전 일찍 시작된 진압작전에서 특수부대는 테러범 9명을 사살하는 등의 치열한 교전을 통해 쇼핑몰 전체를 장악했다고 케냐 시티즌TV 등 현지언론이 전했다. 10~15명 정도로 추정됐던 테러범들 중 일부가 아직 쇼핑몰 내에 남아있지만 별다른 저항은 하고 있지 않은 상태다.
케냐 정부는 이번 사건을 일으킨 이슬람 무장단체 알샤바브 소속 테러범들 중에 미국인들 2, 3명과 영국 여성 한 명이 있었다며 이번 사건은 다국적 테러범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아미나 모하메드 케냐 외교장관은 이날 미국 P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테러범들 중 미국인들은 소말리아나 아랍 출신으로 18~19세로 보였는데 이들이 미국 미네소타와 미주리에서 살았다고 했다"며 "영국 여성은 전에 이런 테러를 많이 해본 적이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케냐 정보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사망한 테러범 중 한 명은 백인 여성으로 '화이트 위도우'라 불리는 영국 국적의 사만다 루스웨이트(29)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루스웨이트는 2005년 52명의 희생자를 낸 런던 지하털 자살폭탄 테러범인 저메인 린지의 부인이다.
이번 테러를 자행한 알샤바브는 무장요원이 수천 명에 달하고 이중 유럽이나 미국 출신 외국인도 250명이나 되며, 테러조직 가운데 미국계 무장요원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폭스뉴스는 보도했다. CNN은 2011년 하원 국토안보위원회 자료를 인용해 알샤바브 무장요원 가운데 미국계는 40명 정도이며 이중 24명이 미네소타 출신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번 테러는 지난 6월 알샤바브의 새 수장이 된 아흐메드 압디 고다네(34)가 국외에서 자행한 첫 번째 작전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7월 소말리아 주재 터키 대사관을 공격하는 등 그 동안 국내 테러에 집중해왔던 고다네가 알샤바브를 국제적 테러조직으로 확대시키기 위해 이번에 처음으로 케냐 쇼핑몰을 공격했다고 분석했다.
벨기에 연구기관인 국제위기그룹(ICG)의 세드릭 반스 연구원은 "현재의 알샤바브는 전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며 "이는 고다네가 확고하고 중앙집권화한 통솔력을 발휘하면서 가능해진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케냐 적십자사는 이번 테러사건으로 최소 62명이 숨지고 63명이 실종됐으며 20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