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ㆍ도심 접근성과 저렴한 가격 부각, 마곡지구ㆍ금천구 오랜 만에 대규모 공급, 8ㆍ28 대책 후 실수요자들 관심 증가
서울 서남권이 부동산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그간 공장 밀집, 열악한 교육 여건 등으로 개발이 늦어 변방에 머물렀지만 최근 각종 개발계획이 나오면서 도심 및 강남과의 편리한 접근도가 새삼 주목 받고 있는 것이다.
24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9일 기준 전달대비 서남권의 매매가격 변동률은 강서 0.20%, 구로 0.01%, 금천 0.12%, 영등포 0.30%였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의 매매가격 변동률(0.03%)과 비교하면, 구로구를 제외하고 서울 평균보다 4~10배 오른 셈이다.
서남권은 아파트거래량도 증가 추세다. 서울부동산광장 거래량 분석 결과, 해당 지역에서 지난달 거래된 아파트는 821건으로 올해 1월(301건)에 비해 2.7배 늘었다. 같은 기간 강남 지역(1.6배)보다도 거래 증가 속도가 빠르다.
사실 서울 서남권은 과거 대규모 방직회사를 비롯해 철공소들이 밀집한 영등포 문래동 일대와 구로공단, 김포공항 등 산업기반 시설이 몰려 있는 굴뚝산업의 메카였다. 1990년대 이후 도시개발 흐름에서 소외되면서 주변부 시장으로 전락했다. 집값도 쌀 수밖에 없었는데, 최근엔 이런 단점이 장점으로 탈바꿈하고 도심 접근성도 좋다는 사실이 부각되면서 오히려 거래가 늘고 가격이 뛰고 있는 것이다.
해당 지역에서 가장 먼저 눈길이 쏠리는 곳은 마곡지구다. SH공사는 27일부터 아파트 2,097가구에 대한 청약 접수를 받는다. 서울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이라 불리는 마곡지구는 28개 기업의 연구개발(R&D) 연구소 이전이 확정되고, 3.3㎡당 1,300만원안팎의 저렴한 분양가로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의 관심을 동시에 받고 있다. 마곡지구는 지하철9호선 등 3개의 지하철 노선을 이용할 수 있고 여의도공원의 2배 규모인 ‘서울 화목원’이 조성된다.
롯데건설은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있던 옛 육군 도하부대 부지에 3,200가구 규모의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복합주거단지를 10월 말 분양한다. 금천구에는 최근 몇 년간 대규모 신규 아파트 공급이 없던 터라 이번 분양으로 향후 지역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금천구 자체가 워낙 낙후했는데 부대 이전과 대규모 분양으로 서남권 주민들의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등포구 문래동1∼4가 일대 28만㎡는 도시환경정비계획 수립지역으로 지정됐다. 도시환경정비계획 수립지역이 됐다고 해서 당장 해당구역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중장기적으로 공장단지가 주거용지나 공원으로 개발되면 주거 여건이 점진적으로 개선된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자문팀장은 “8ㆍ28 대책 후 매매시장에 대한 기대감에다 전세대란에 지친 실수요자들이 저평가된 서남권으로 눈길을 돌리면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아파트형공장 등 생산기능을 갖춘 서남부권에 주거시설이 조화롭게 배치되면 매매가격 하락을 막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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