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지역 6개 외고의 일반전형 입학 경쟁률은 1.53대1이었다. 3년 연속 2대1에도 못 미쳤다. 외고 위상의 추락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런 외고가 바뀌는 대입제도, 자사고 학생선발권 폐지를 등에 업고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교육부는 최근 2017학년도부터 인문ㆍ자연계열별 통합 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문ㆍ이과 구분하지 않고 교차지원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의대 입학의 문이 넓어지는 터라 문과에서 최상위권 학생들이 모인 외고의 인기가 상승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2014학년도 외고 입시 전망과 대비법을 알아본다.
자사고 선발권 폐지로 경쟁률 오를 듯
올해 서울 지역 6개 외고에서는 총 1,682명을 모집한다. 지난해 1,856명보다 174명(9.4%) 감소했다. 대원ㆍ명덕ㆍ한영외고에서 모집 학급 수를 기존 12학급에서 10학급으로 줄인 탓이다. 전형별로는 일반전형 선발 인원이 1,345명, 사회통합전형 정원이 337명이다. 사회통합 전형은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의 명칭이 바뀐 것으로, 이전과 마찬가지로 정원의 20% 수준이다.
2003년만 해도 외고 일반전형 경쟁률은 6.99대 1을 기록했다. 하지만 2008학년도 대입부터 수능등급제를 실시하고 내신 반영 비율을 높이면서 외고 열풍은 사그라졌다. 정부 정책에 따라 정원을 계속 줄이는 터라 내신 성적을 잘 받기 어렵고,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등이 생기면서 상위권 학생이 선택해서 갈 수 있는 학교가 늘어난 것도 외고의 추락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입시전문가들은 외고의 정원 축소와 함께 자사고의 선발권 폐지, 대입제도 개편 등의 이유로 외고의 인기가 또 다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자사고의 경우 이전까지는 내신 성적 상위 50%인 학생들만 자사고에 지원할 수 있었다. 허나 2015학년도부터는 학생 선발 기준이 사라져 성적이 낮은 학생도 자사고에 입학할 수 있게 됐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학교 분위기가 어수선해질 것을 걱정한 학생들이 당장 올해부터 자사고에서 외고 쪽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며 "자사고에 지원하는 서울 지역 학생들만 해도 1만명이 넘기 때문에 올해 외고의 경쟁률은 2대 1을 쉽게 넘길 것"이라고 말했다. 외고 중에서도 선호도가 높은 대원외고의 지난해 경쟁률은 1.23대 1이었다.
외고 진학률이 높은 대원ㆍ영훈국제중 학생 약 320명이 비교내신 적용을 받지 못하는 점도 일반중 상위권 학생들에게는 호재다. 무엇보다 2017학년도 수능이 인문ㆍ자연계열별 통합 시험으로 갈 경우 외고 입시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취업이 잘 되는 이공계 진학이 가능하고 의대도 노릴 수 있어서다. 임 대표는 "외고의 인기가 수직상승해 이전 2000년대 초반 외고 열풍을 재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2단계 면접이 당락 결정 변수
외고 입시 전형은 1단계에서 영어 내신과 출결로 정원의 1.5배수를 뽑은 뒤 2단계 면접과 1단계 성적을 합산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1단계 영어 내신 성적(160점 만점)은 2,3학년간 총 4학기 영어 점수를 환산해 계산한다. 학기별로 1등급(상위 4% 이내)은 40점, 2등급(상위 4% 초과 상위 11% 이하)은 38.4점 등을 부여해 4학기 동안의 등급별 점수를 합산하는 식이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교육평가연구소 평가이사는 "영어 내신 성적이 1.3∼1.8등급은 돼야 안정적"이라며 "소신 지원선으로는 2.0∼2.5등급 정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신이 비슷한 학생들이 지원하기 때문에 2단계 면접에서 당락이 갈릴 가능성이 크다. 2단계 면접(만점 40점) 가운데 자기주도학습영역(30점)은 지원동기, 학습과정, 진로계획 및 독서활동으로, 인성영역(10점)은 봉사ㆍ체험활동 평가로 이뤄졌다. 자기개발계획서에 토익 등 인증시험 점수나 경시대회 입상실적을 적으면 감점을 받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오종운 평가이사는 "'열심히 준비해 영어인증시험에서 최고수준에 도달하였다' '각종 대회에 출전해 매우 우수한 결과를 얻었다'와 같은 간접 기재도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복수 지원이 금지돼 있어 외고에 지원할 경우 다른 특목고나 자사고 지원이 불가능하다. 영어과, 중국어과 등 학과별로 지원하며 지역 제한 규정에 따라 서울 지역 중학생은 서울의 외고에만 원서를 넣을 수 있다. 외고가 없는 시ㆍ도에서는 다른 지역 외고에 지원할 수 있다.
서울 지역 6개 외고의 원서접수 기간은 11월 25~27일이다. 1단계 합격자를 대상으로 한 2단계 면접은 12월 2일, 최종 합격자는 12월 4일 발표된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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