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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국정원 의혹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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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국정원 의혹 규명"

입력
2013.09.23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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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대선 개입을 규탄하는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시국 미사가 23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천주교가 국정원 문제로 서울광장에서 시국 미사를 개최한 것은 처음이다.

사제단은 이날 오후 7시30분 서울광장에서 '국정원 해체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전국 시국기도회'를 개최했다. 미사에는 전국 15개 교구의 사제 수도자 평신도와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를 주도해 온 '국정원 정치공작 규명 시민사회 시국회의' 등 주최 측 추산 4,000여명(경찰 추산 1,700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1부 문화제, 2부 시국 미사 순으로 2시간 넘게 진행됐다. '사랑으로' '사노라면' 등 노래를 부르며 흥겨운 분위기로 진행된 문화제 도중에도 참가자들은 "나라걱정 잠 못 잔다, 국정원 해체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사제단 대표 나승구 신부는 "국정원은 대선 개입 정황이 드러난 뒤에도 반성은 고사하고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불법 공개와 내란음모죄 적용 등 구시대적 색깔 논쟁으로 사건을 희석하고 있다"며 "사제단은 진실과 공정의 불을 살릴 쏘시개가 되겠다"고 밝혔다. 나 신부는 ▲국정원 즉각 해체 ▲원세훈 김용판 등 국정원 사건 관련 범법자 엄중 처벌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했다.

미사에 참석한 평신도들 역시 국정원 개혁을 요구했다. 서울 연희동에 사는 조예라(27)씨는 "사람들이 불만을 적극적으로 표출해야 정부도 귀를 기울일 것이라는 생각에 참석했다"며 "정부와 국정원은 피하지만 말고 근본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사제단은 미사에 앞서 발표한 시국선언문을 통해 "최근 청문회에서 드러난 것처럼 정부와 여당은 진실 규명을 위한 노력들을 방해하고 조롱했으며 명백히 드러난 사실마저 또 다른 거짓말로 얼버무리는 억지를 부렸다"고 비판했다. 사제단은 "아예 고질이 돼버린 거짓의 암세포를 말끔히 치유하지 않는 한 우리 사회는 그 어떤 희망도 가질 수 없다"며 "국정원이 저질렀고 경찰청이 덮어버린 공작들을 중대한 범죄로 규정하고 진상 규명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7월 천주교 부산교구에서 시작된 시국선언은 이달 4일 의정부교구까지 15개 교구 전체가 참여해 국정원 대선 개입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특히 보수적 성향으로 평가 받는 대구ㆍ경북교구도 1911년 출범 이래 처음으로 시국선언에 동참했다. 또 광주대교구의 사제와 신자 1,200여명은 12일 5ㆍ18기념성당에서 시국미사를 연 뒤 묵주기도 행진을 했다. 광주대교구의 대규모 거리행진은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26년 만이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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