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가 새 정부의 복지공약 수정이란 기로에서 출구 전략을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간 "공약은 반드시 지킨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던 박 대통령이 첫 새해 예산안 편성에서부터 복지 공약을 축소할 경우 정치적 신뢰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기초연금 등 복지 공약은 경제민주화 공약과 함께 대선 공약의 양대 기둥이었다. 야당이 벌써부터 "복지 공약 후퇴는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공세를 펴고 있어 원칙을 강조해온 박 대통령이 어떤 방식으로 대국민 설득에 나설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우선 박 대통령이 새해 예산안이 상정되는 26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겠다고 밝힌 것은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설득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26일 국무회의는 당초 총리가 주재할 예정이었지만, 박 대통령이 주재하는 것으로 변경됐다"며 "기초연금 문제와 4대 중증환자 국고 지원 문제에 대한 말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국민의 실망감이나 민심 이반을 최소화하기 위해 경제난에 따른 불가피한 공약 수정이란 점을 설명한 뒤 장기적인 공약 이행 의지를 밝히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선을 다했지만 공약을 지키기 어려운 경제 여건을 설명하면서 국민의 이해를 구하되 공약 이행 약속은 꼭 지키겠다는 입장을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청와대는 장기적인 공약 이행을 약속하면서 이번 예산안 편성이 복지 축소나 공약 후퇴가 아니라 일시적인 수정이라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증세 없는 복지'라는 박 대통령의 공약 자체는 훼손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실제 이런 방식으로 대국민 설득에 나설 경우 박 대통령의 공약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딜레마를 외면하는 면피성 해명이란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복지 확대를 위해서는 증세가 필수적이며, 증세 없이는 복지를 축소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솔직하게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일각에서는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이 공약 수정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이명박 전 대통령도 2009년 세종시를 원안대로 건설하겠다는 입장을 바꿔 수정안을 추진했을 때와 2011년 동남권 신공항 건설 공약을 백지화했을 때 대국민 사과를 통해 국민의 협조를 구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장기적인 공약 이행 의지를 밝히는 쪽에 무게를 둔다면 사과할 가능성은 낮아진다. 청와대 관계자는 "공약이 수정된다면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설명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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