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23일 국회 의사일정 전면 참여를 결정, 지난 2일 개원 이후 3주 넘게 공전돼온 정기국회가 금명간 정상화하게 됐다. 여야는 이에 따라 이날 오후 금년도 결산심사와 교섭단체 대표연설, 대정부질문, 국정감사, 새해 예산안 심의 등 주요 의사일정을 확정하기 위한 실무협의에 착수했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원내외 병행투쟁의 기조를 유지한 가운데 원내투쟁을 종전보다 강화키로 했다. 54일째인 천막농성도 전국순회 장외투쟁으로 확대했다. 민주당의 의사일정 전면 참여 결정은 국회 공전에 대한 비판적인 추석 민심, 원내에서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부각시켰을 때의 실리 등을 고려한 것이다. 김한길 대표는 의총에서 "야당의 원내투쟁은 특권이자 의무이고 민심을 얻는 바른 길"이라며 "죽기 살기로 일하겠다는 결기로 의정활동에 임해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국가정보원 개혁과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압력설,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ㆍ경제민주화 공약 후퇴 논란, 세법 개정 방향 등 여야간 이견이 첨예한 현안들이 많아 곳곳에서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로 인해 정기국회 자체는 정상화하더라도 법안 처리와 예산안 심의 등은 좀처럼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를 감안한 듯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늦었지만 민주당이 의사일정을 협의키로 한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여당이 원하는 대로 통과되는 것은 하나도 없을 것이란 협박성 발언을 하는데 선진화법을 악용하려는 건 안된다"고 경계심을 감추지 않았다.
민주당은 그러나 곧바로 국정원 개혁과 채 총장 파문을 파헤치겠다며 본회의 긴급현안질의를 추진하는 등 공세에 나서 여야 대치정국이 장내에서 새 국면을 맞는 양상이다. 민주당이 국회 본청에 '24시간 비상국회 운영본부'를 설치하며 비상체제에 돌입하자, 새누리당도 곧바로 '정국 상황실'을 만드는 등 신경전도 벌써부터 치열해지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기국회 정상화는 반길 일이지만 여야가 한발씩 양보한 결과가 아니라 여론의 압박과 전략적 선택에 따른 것이란 점에서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면서 "지금까지는 일정 거리를 두고 공중전을 벌였지만 앞으로는 실질적인 백병전 양상으로 흐르면서 여야간 대치 양상은 오히려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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