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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공약 후퇴 논란] "근본적 밑그림이 없어… 재원 확보 고민ㆍ수혜자 조사도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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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공약 후퇴 논란] "근본적 밑그림이 없어… 재원 확보 고민ㆍ수혜자 조사도 안해"

입력
2013.09.23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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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적 실행ㆍ제도 변경 등 얼마든지 추진 가능한데 기본적인 노력조차 안해불황ㆍ저성장 추세라 재정난 예측 충분히 했을 것… 재원 마련 의지 있으면 가능재정적 제약 고려해 공약 수정한 것일 뿐 공약 파기라 생각 안 해

박근혜 정부의 핵심 복지공약인 기초연금 도입안이 26일 대폭 후퇴한 내용으로 발표되는 등 대선공약이 파기에 가깝게 수정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시적인 경제사정이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복지정책의 일관된 밑그림을 갖고 있지 못한 것이 근본적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 설정부터 재원확보, 전달체계 등에 대한 연구 없이 선거 때만 반짝 정책을 내놓은 탓에 결국 공약 뒤집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복지도 하면서 증세는 않겠다는 모순이 스스로 함정을 팠다는 비판이 거세다.

최균ㆍ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박근혜 정부는 근본적으로 복지정책의 밑그림을 그리는데 실패했다. 돈을 어디서 마련할 것인지와 같은 재정 확보에 대한 고민도 없었고 그러다 보니 국민적 합의도 없었다. 수혜자 조사 같은 미래 정책 실행을 위한 계획도 없었다. 우리나라의 경제적 수준 등을 고려했을 때 복지 확대는 시대적 사명이다. 그러나 서비스가 아니라 현금성 복지 급여를 확대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증세 없는 복지를 한다고 하지만 이는 복지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노인들에게 돈 20만원씩 준다고 경제적 파급 효과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복지 확대를 하더라도 전달체계 정비 같은 복지 서비스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예를 들자면 고용과 복지를 연계하는 방식이다. 복지를 확대한다고 해서 정부 재정에 부담이 되는 것만이 아니라 고용이 늘고 경제적 파급 효과가 일어날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정해야 한다.

남은경ㆍ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팀장

공약을 지키기 위한 의지와 전략이 애초부터 없었다고 봐야 한다.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씩 기초연금을 주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도 필요한 재원은 확보하지 않은 채 '증세 없는 복지'만 강조하니 이제 와서 재원이 없어 못하겠다는 식이다. 의지가 있다면 재정상태에 따라 단계적으로 실행하겠다는 선언이나 제도 변경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추진할 수 있다. '4대 중증질환 100% 국가 보장' 공약도 마찬가지다. 환자 부담이 큰 3대 비급여 항목의 가격에 대해 먼저 거품을 빼고 소요 재원을 줄여가면 되는데 그런 전략이 없으니 재원 부담이 막대해서 추진을 못한다고 한다. 기본적인 노력조차 하지 않고 재원을 핑계로 빠져나가려는 궁리만 하는 듯하다. 한 부처의 장관 사퇴로 끝날 일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공약이 후퇴해버리면 정치인이 쉽게 공약 바꾸기를 할 수 있다는 전례가 만들어진다.

김용하ㆍ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교수ㆍ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선거철에 과도한 공약을 내세운 것이 문제라면 문제일 것이다. 지금의 공약 수정은 공약의 파기, 공약의 후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초연금의 취지 자체가 없는 노인을 도와주기 위한 것이었다. 소득하위 70%까지만 기초연금을 지급해도 대부분의 노인빈곤을 해소할 수 있다. 공약을 곧이 곧대로 이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 이행해야 하지만, 바람직하지 않다면 취지에 맞게 고쳐야하는 것 아닌가. '4대 중증질환 100% 국가 보장' 공약의 경우 정부가 4대 중증질환의 급여부분을 95% 보장하는 정도로 정책화하고 있는데 이는 공약을 이행한 것으로 봐야 한다. 복지를 확대하고 싶으면 국민들이 스스로 세금을 더 낼 자세가 돼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기초연금 공약을 지키려면 연간 3조~4조원이 들어간다. 국민 1인당 10만원 가까이 내야 하는 어마어마한 돈이다. 박근혜 정부가 재정적 제약을 고려해 복지공약을 정책화했다고 본다.

김연명ㆍ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정당들의 정책 생산수준이 낮은 것이 원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연금 2배 인상 공약의 목표는 노인 빈곤을 완화시키는 것인데, 정작 이러한 정책목표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었다. 기초연금을 2배 인상하면 노인 빈곤율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이야기하지 않고, "65세 이상 노인에게 20만원을 준다"고만 했다. 기초연금처럼 수십 조원의 예산이 드는 대형공약이라면 기초연금을 인상할 때 국민연금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합치면 노후 소득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지 등을 정밀하게 검토하고 설명했어야 한다. 이런 검토 없이 발표하는 공약이야말로 포퓰리즘이다. 앞으로 계속해서 복지가 주요한 정책 이슈가 될 텐데 지금처럼 필요할 때만 전문가들을 모아서 정책을 발표하는 식의 '떴다방 선거'로는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선거 때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정치적 허무주의가 심화될 것이다.

이상이ㆍ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돈이 없어서 공약을 못 지킨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불황, 저성장 등으로 집권 후에도 재정 상황이 어려울 것이라는 걸 대선 때 몰랐을 리 없다. 재원은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기본적으로 복지국가에 대한 의지가 없었다. 지난 총선, 대선 때 강조한 박근혜표 복지국가의 표어는 '맞춤형 복지'였는데 사실은 보편적 복지였다. 소득 수준에 상관 없이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주고, '모든 국민들의' 4대 중증질환 치료비를 국가가 보장해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집권 1년도 안 돼서 말을 바꾸고 있다. 국민이 대선 때 이해하고 기대한 내용과 괴리가 너무 커서 그 동안 전략적으로 '공약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식으로 언론을 통해 국민들에게 흘려 왔다. 정치적 술수다. 이제라도 대선 때 약속한 공약을 최대한 지켜야 한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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