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사업영역에 대한 대대적 개편에 나섰다. 계열사마다 혼재돼 있는 기업관련 사업(B2B)과 개인소비 사업(B2C)을 떼어내 다시 묶는다는 구상이다. 삼성은 그 신호탄으로 59년 역사의 제일모직 내 패션사업을 삼성에버랜드에 넘겼으며, 순차적으로 다른 계열사의 사업영역에 대한 후속 교통정리도 이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모직은 23일 이사회를 열어 직물 및 패션사업을 삼성에버랜드에 1조500억원에 양도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빈폴'(캐주얼) '갤럭시'(남성복) '구호'(여성복) 등으로 대표되는 제일모직의 직물ㆍ패션 관련 브랜드와 자산, 인력이 12월1일까지 에버랜드로 이관된다.
박종우 제일모직 소재사업총괄 사장은 "이번 패션사업양도는 핵심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제일모직은 섬유ㆍ패션업체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실상 전체 매출의 70%를 전자재료와 화학분야에서 거두는 등 내용상 이미 소재기업으로 변신한 상태다.
삼성에버랜드는 패션사업을 기존 테마파크와 골프장운영 등에서 쌓은 경험과 연계시켜 글로벌화를 추구한다는 방침이다. 김봉영 삼성에버랜드 사장은 "패션사업을 중장기 성장의 한 축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재계에선 그러나 이번 패션사업 이관이 보다 큰 틀의 사업영역 재편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소식통은 "현재 삼성 일부 계열사에는 서로 시너지 효과가 나기 힘든 소비재사업과 소재부품사업이 동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대표적 B2C 사업인 패션과 역시 대표적 B2B 사업인 소재를 함께 갖고 있는 제일모직이 그 사례"라고 말했다.
따라서 삼성은 각 계열사마다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는 B2B사업과 B2C사업을 분리, 한쪽으로 묶는 작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관계자는 "에버랜드는 그룹 내 대표적 B2C기업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유통분야를 한데 모아 시너지를 높이는 차원에서 패션사업을 이관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다른 계열사들의 사업영역 재편도 이뤄질 전망이다. 이 경우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에버랜드, 삼성엔지니어링 등 4개사에 걸쳐 있는 건설사업도 어떤 형태로든 교통정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당장 추가적인 사업재편은 없다"면서도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영역조정은 기업에선 상시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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