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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백 있었더라면… 팔순 앞둔 택시 기사, 추석날 운전대 잡았다 참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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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백 있었더라면… 팔순 앞둔 택시 기사, 추석날 운전대 잡았다 참변

입력
2013.09.23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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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인 지난 19일 장모(78)씨는 밤 늦게 택시 운전대를 잡았다. 추석을 쇠러 온 다섯 남매는 "가족들이 모처럼 한데 모였는데 명절까지 일하셔야 하냐"며 말렸지만, 기어이 그는 시동을 걸었다. 기력이 더 떨어지기 전에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17년 전 빚 때문에 개인 택시를 판 뒤 줄곧 영업용 택시를 몰면서 자식들에게 제대로 해주지 못했다는 미안함도 그의 등을 떠밀었다.

시작은 '운수 좋은 날' 같았다. 마수걸이로 양천구에서 서초구까지 가는 장거리 손님을 태운 것. 그러나 그게 장씨의 마지막 벌이였다. 그는 다음날 0시 20분쯤 서울 서초구 서리골공원 앞 5차로에 불법 주차된 45인승 관광버스를 추돌한 뒤 그 자리에서 숨졌다. 당시 시속 60㎞로 달리고 있어 과속은 아니었지만, 버스가 짙은 회색이어서 심야에 식별이 어려웠던 데다 고령으로 급정지가 한발 늦어 변을 당한 것으로 경찰은 분석했다.

무엇보다 택시 운전석에 에어백이 없었던 게 화를 키웠다. 장씨가 다니던 S택시업체 관계자는 "에어백은 NF소나타 같은 구형 차량에는 없고 YF소나타 이후 나온 신형 차량에만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 업체 택시 90여대 중 상당수는 에어백이 없다는 것이다. 에어백 설치에 드는 30여만원의 비용 부담을 꺼리는 것이 이 업체뿐이 아니다.

택시 운전석과 보조석에 에어백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 6월 국회에서 통과돼 내년 2월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설치 의무는 신규 차량에만 적용돼 에어백이 없는 기존 택시는 여전히 대형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따르면 택시 사고가 전체 교통사고의 12.4%를 차지하는데, 택시의 에어백 장착률은 운전석이 53.6%, 조수석은 8.9%에 불과하다.

사고 현장에 출동했던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택시나 렌트카는 기본형으로 출고돼 에어백 같은 안전장치가 없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사고 역시 에어백만 있었어도 생명은 건지지 않았을까 싶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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